국정개입 '권력암투' 양상 의혹 청산…국정쇄신 계기 삼아야

   
▲ 성준경 정치평론가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오찬회동에서 정윤회 씨의의 국정개입과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권력농단 의혹에 대해 “‘찌라시’’에서나 나오는 애기”라며 실체를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의 수석비서관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파동을 ‘실체 없는 국정 흔들기’로 규정했다.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이다. 세계일보가 공개한 이 문건은 ‘청(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 보고서로 되어 있다. 핵심적 내용은 비선인 정윤회 씨가 청와대 밖에서 ‘문고리 3인방’ 등과 주기적으로 만나 청와대 및 정부 내의 현안을 보고받고 인사개입을 했다는 의혹이다.

정윤회 씨는 박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미행과 군·국정원 고위인사 개입, 딸의 승마 순위와 관련 문체부 압력 및 국·과장 인사 개입 등 다양한 의혹을 받고 있다. 문고리 권력 3인방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방 비서관의 폭로로 부당한 인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정윤회 및 문고리 3인 실세의 권력투쟁 양산으로 비춰지며 세인들의 이목을 더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정윤회 씨 딸과 관련해 승마협회를 조사하고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린 문체부 국·과장의 좌천인사에 박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정윤회 파동에 대한 두 번의 공식 발언 내용을 보면 억울함과 당당함이 교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문건을 ‘찌라시’로 확신하고 있다. 또한 정윤회와는 인연이 끊어진지 오래 이고, 문고리 권력 3인방은 일개 비서에 불과할 뿐이니 이들에 의해 권력이 농단되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이다. 아울러 이런 일로 나라가 흔들리는 것은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이번 사건 전체를 재단하고 있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억울함과 당당함을 국민들이 믿고 있지 않는데 있다. 정윤회 등 십상시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 여론조사(리얼미터 12.2)에서 62.7%가 '국정농단사건'으로 중요한 문제, 53.4%, '특검'이나 '국정조사' 단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자 50.1%, '국정농단사건'으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의 여론 지지율도 42%로 떨어졌다. 30%대 추락을 예상하는 여론이 많다.

이번 ‘정운회 동향보고’의 작성자는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박광천 경정이다.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이는 그때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씨이다. 청와대는 이들의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범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이 박지만 회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 때문에 문건의 신빙성을 청와대와 일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 문건의 일부 내용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나오는 김기춘 실장에 대한 증권지의 퇴진설 및 중병설 등이 이들이 회합에서 나눈 말과 일치하고 있다. 또한 박광천·조응천 두 사람의 연차적인 퇴진시기도 보복성 인사로 오해 받을 시점에 이루어 져 있다. 이에 더해 문체부 장관이 직접 나선 일도 국민들 입장에선 의혹을 사실로 믿을 수 있게끔 만드는 파괴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번 사건의 엄중성을 직시해야 한다. 정윤회 파동을 단지 ‘찌라시’ 수준으로 파악하고 미봉책으로 단순하게 사안을 처리한다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 크게 증폭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윤회 파동이 장기화되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동력은 상실하게 될 것이고, 이는 ‘민생과 경제 살리기’의 적신호를 의미함이다.

국민들은 이번 정윤회의 파동은 실체 유무를 떠나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와 함께 이번 사태를 한 묶음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박 대통령의 호소에도 국민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청와대 발(發) 문건유출과 측근들의 국정농단이 회자됨으로써 빚어진 국정혼선에 대해 국정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사과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한 그동안의 국정 및 인사시스템에서도 폐쇄성은 없었는지 깊게 성찰해야 한다. 특정 측근들에게 비상식적 힘을 실어줘 이번 사단이 나지 않았나 하는 측근에 대한 점검도 해야 한다.

경제위기가 가속화 되고 있다. 일본식 만성불황이 가시화 되고 있다. 정윤회 발(發) 국정개입 의혹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국정 표류가 지속된다면 국가의 내일을 기약하기 힘들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파동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성찰 없는 미봉적인 대처로 사태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정윤회 파동을 성찰과 함께 국정의 일대 쇄신 계기로 삼는 성숙한 지도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국정동력을 확보하고 현재의 국가경제의 위기를 넘어서는 첩경이다. /성준경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