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소비자들의 불편이 점차 커지면서 소비자선택권 박탈 논란과 함께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가중되고 있다. 이에 이채익 새누리당 국회의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컨슈머워치가 3일 '지역경제와 지역민을 위한 대형마트 정책' 토론회를 개최, 대형마트 규제의 실효성과 재래시장 제도 방향에 대한 점검의 자리를 가졌다. 아래 글은 패널로 참석한 김진국 컨슈머워치 대표의 토론문 전문 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
소비자를 위한 대형마트 정책을 고려해보았을까
1960-90년대 초반까지는 우리나라 기업전체를 보호하기 위해 ‘국산품 애용’이라는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래서 조악해도 나라 발전위해 내가 희생해서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우리 기업들의 성장에는 바로 이러한 국민들, 즉 소비자들의 뒷받침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기업들이 크던 작던 간에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늘다보니 성장이 충실히 된 기업과 덜 성장한 기업 간의 간격이 벌어진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특히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비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다 보니 뭔가 중소기업에 일정부분 내어 놓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소위 말해서 성장이 느린 기업들을 도와주라는 것이다. 그 도와주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것이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게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종사하는 부분은 들어가지 말라는 소위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다.
그런데 이것 못지않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대형마트 때문에 중소상인들의 영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니 적어도 한 달에 두 번은 휴무하고 영업시간도 아침 8시부터 시작할 것이 아니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마트도 어려움이 있지만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회사, 특히 농수산물 납품하는 농어민들 그리고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만큼 소득이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무엇보다 영업휴무일이나 영업시간 단축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겪을 불편쯤은 알아서 참아내야 할 일이다. 대놓고 이런 불편을 얘기하면 소위 말해 ‘개념없는 소비자’가 되고 마는 세상이다. 묻고 싶다. 소비자는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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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으로 소비자와 농어민,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대형마트는 매출감소로 일자리를 축소하고 있다. 재래시장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마트 영업제한은 결과적으로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유통업체 대표들이 울산지법 앞에서 대형마트의 영업제한과 의무휴업의 무효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소비자에게 구애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시장의 진리이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이 최종목표는 내버려둔 채 거래 당사자 간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문제는 이 관계가 최종목표가 아니라 그 다음 단계인 소비자의 선택이 최종인 것이다.
최종단계에 있는 소비자가 무엇을 누구로부터 구입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전단계인 최종소비자에게 재화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간의 거래관계에 중점을 두고 ‘동반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어 그 피해는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고스란히 지고 있는 형국이다.
왜 애꿎은 소비자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단통법 실시로 우리 모두 휴대전화를 비싸게 사게 되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정책은 무엇을 위한 어떤 방향의 정책이어야 할까? 그 답은 매우 간단하다.
소비자가 장보러 가는 기쁨이 있게 해주는 것이 소비자정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 나은 물건 더 싸게 살 수 있다면 결국 물가안정과 더불어 산업경쟁력도 이룰 수 있을 텐데 우리 경제에는 산업논리만 있어 산업을 키운다는 얘기는 있어도 소비자를 위하는 길이 결국 산업을 키운다는 논리는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한중FTA에서 합의한 바에 따르면 한-중 양국 모두 예민해하는 자동차 분야는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예를 들어 상용차 특히 소형트럭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한 것만 보아도 FTA가 산업논리에 경도되어 있지 소비자들이 더 싸게 재화를 구입할 수 있는 경우는 오히려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중국에서 값싼 소형트럭이 수입되지 않는다면 영세상인들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 뻔하다.
결국 값비싼 국내산 소형트럭을 사야하는 형편이 될 것이다. 중국에서 상용차가 들어온다면 훨씬 싼 값에 차량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나 역시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우리 경제를 키우는 길이라고 거의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다 보니 소비자의 이익을 위한 정책은 실종되고 만다.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원하는 시간에 편리한 장소에서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은 지난 약 3년간 전통시장,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아래 그들의 소중한 자유를 잃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국회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만들고 중소상인들은 더 큰 보호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에서도, 정부에서도, 각 지자체에서도 소비자 권익 보호에 대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먼저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한달에 두 번 휴무일제 및 개폐점 시간 제한)으로 인해 전통시장 및 중소상인들의 형편이 나아졌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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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익 새누리당 국회의원 주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컨슈머워치 주관으로 3일 개최된 <지역경제와 지역민을 위한 대형마트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하는 김진국 컨슈머워치 대표 |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으로 실제로 누가 피해를 보고 있는가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이 대형마트의 공격적 확장경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여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으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규제가 발효되어 그 동안 많은 논란이 되어 왔다.
정진욱·최윤정의 논문 “대형소매점 영업제한의 경제적 효과”에 의하면 대형마트에서의 소비액은 영업제한으로 인해 8.77% 감소(월평균 2,307억원)하여 연간 총 2조 7,678억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재래시장·소형슈퍼마켓으로의 소비 전환액은 월평균 448억 원~515억 원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되어 재래시장 및 소형슈퍼마켓이 얻은 매출 증대보다 대형마트에서의 소비액 감소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으로 소비자의 쇼핑시간·장소 선택에 제약을 가함으로 소비자 후생이 감소한 것이 매우 크게 나타났다. 이들에 의하면 소비자의 불편함은 연간 2조 2,888억원 (월평균 1,907억원)으로 평가하였다. 또한 소비자 후생감소분 중 혼잡비용은 연간 약 1,983억원 (월평균 165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큰 문제가 야기된 곳은 소비자들의 소비가 감소함에 따라 대형소매점에의 납품을 하는 업체도 매출감소를 경험
하는데 이는 월평균 1,872억원 정도이며 이중 960억원 정도가 농어민이나 중소협력업체의 손해로 추정되었다고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소비감소로 인한 세수의 감소도 초래하였는데 재래시장과 소형슈퍼마켓의 매출증대로 인한 세수증가분 보다 훨씬 커서 순세수감소액은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합하여 연간 800억원 가까이 추산되었다.
이와 같이 재래시장 및 중소상인 등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규제의 처음 목적은 실질적으로 달성되지도 못했고 오히려 소비자 및 납품업자에게 막대한 불편 및 피해를 초래한 대표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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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익 새누리당 국회의원 주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컨슈머워치 주관으로 3일 개최된 <지역경제와 지역민을 위한 대형마트 정책> 토론회의 전경 |
대형마트의 성장은 외국계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
1990년대부터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쇼핑 및 TV홈쇼핑 등 새로운 업태들이 등장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의 발전적 변화를 이끌어 왔다. 이러한 유통산업의 변화 이면에는 한국 소비자들의 소득증대에 따른 유통서비스의 질 변화 요구에 따른 자연스런 시장의 대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소도시에 까지 대형마트가 입점하였고 전국적으로 체인화된 편의점이 일반화된 것은 서구식 유통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2000년대 이후에는 온라인쇼핑 및 TV홈쇼핑도 일반화되고 있어 특히 20-30대의 젊은 소비자에게는 매우 익숙한 소비형태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유통산업은 재래시장 및 골목상권에서 대형마트로의 변화를 거쳐 온라인쇼핑 및 TV홈쇼핑으로 변화되어 가는 중이다.
이것은 소비자가 편리함을 중심으로 쇼핑의 형태를 바꾸고 있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1990 년대 외국계 대형마트(마크로, 까르푸, 월마트 등)가 등장할 때만 해도 우리 유통업계는 ‘이제 유통산업은 외국계 초국적자본의 대형마트에 완전히 넘어갈 것’ 이라고 우려를 표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는 외국계 기업이 2000년대 중반까지 완전히 퇴출되면서(합작형태의 홈플러스 제외), 국내유통산업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구조변화를 가져왔다.
대형마트의 매우 빠른 성장과 온라인쇼핑 및 TV홈쇼핑의 성장으로 이들을 한 데 묶는 신유통업태와 기존 골목상권 및 재래시장 중심의 구유통업태 간의 갈등이 첨예해진 구조를 갖게 되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선제적으로 대응한 대형마트의 성장은 이러한 소비자 니즈를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중소상인들의 쇠퇴를 가져오게 되어 결국 생계보장을 요구하는 정치적 문제로 까지 등장하게 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에 들어와 성장세를 이루고 있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일방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지난 25년간 선진경영 기법과 자본력을 가진 초국적 유통기업인 까르푸, 월마트 등과 경쟁을 벌인 우리의 대형마트들이 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에 우리 기업들의 경영능력을 높이 칭찬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우리의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으로 일컫는 중소상인들이 경쟁력을 쌓지 못하면서 경쟁에서 밀려 대형마트에 그 모든 원인을 돌리는 문제를 안고 있다.
대형마트의 성장은 커다란 노력 없이 자본력만으로 오늘의 위치에 이르렀는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그들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중소상인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히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가치의 제품을 더 나은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해왔는가 묻고 싶다. /김진국 컨슈머워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