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매매가 동반상승 하며 서울 거주자 경기 아파트 매입 수 급증…교통망 개선도 영향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치솟는 전셋값이 매매가 마저 끌어올리며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서포자(서울 거주를 포기한 사람)'가 늘고 있다. 서울 내 신규 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경기 교통망은 개선되며 이와 같은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12일 한국감정원의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9월까지 서울 거주자들이 매입한 경기도 내 아파트는 3만3695가구로 집계됐다. 통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수치다. 

행정구역별로는 경기 고양시 아파트를 4246가구로 가장 많이 매매했다. 지난 해 동기(2202가구) 대비 92% 증가했다. 서울 거주자들의 남양주시 아파트 매입 수는 3436가구로 지난 해(1659가구)에 비해 107% 증가했다. 김포에서도 서울 거주자들이 올해 9월까지 2995가구를 사들여 지난해(822가구) 대비 264% 늘었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서울 전셋값이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며 매매가까지 끌어올리자 서울 내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외곽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많아지는 모습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전세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1주 연속 쉬지않고 상승 중이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주 보다 상승폭이 0.02%p 올라 0.14% 상승했다. 

고공행진하는 전셋값은 수요자들의 매수심리를 자극시켜 매매가까지 동반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2% 오르며 상승세를 유지했다. 특히 보유세 부담 있는 강남권 고가 단지는 가격 하향 조정되고 관망세 보이고 있으나 그 외 지역에서 역세권이나 중저가 단지 위주로 가격이 올랐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자영업자 윤모씨는 "몇 년 째 내 집 마련을 시도 중인데 결국 서울에서는 가망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올해 중순부터 경기 파주 운정 신도시에 여러 번 청약을 시도해 결국 아파트를 계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3년 입주인데 그 전까지 서울 전셋집을 구하는 것도 막막해 파주에 선이주해 전세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경기권 교통이 대폭 개선된 점 역시 이와 같은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고양시, 남양주시 같은 경우 고양선과 별내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B 등 교통 호재가 예정됐다. 김포시도 김포도시철도로 서울 여의도까지 이동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하남시 역시 지난 8월 지하철 5호선 1단계 구간인 미사역과 하남풍산역이 개통되며 신도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던 교통 문제가 대폭 개선되자 수요자들의 관심이 늘었다. 지난 7일에는 수도권 북부를 잇는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가 개통되며 2기 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와 3기 신도시 고양 창릉지구의 서울 접근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서울 내 신규 아파트 공급이 급감한 상황도 '서포자' 양산에 한 몫 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 된지 두 달이 지나며 서울 공급 가뭄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달 서울에 예정된 입주 가구 물량은 1개 단지, 296가구뿐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은 0건을 기록했다. 전셋값이 급등하는 동시에 서울 공급 절벽이 계속되며 주거난이 심화되자 서울 거주를 포기하는 수요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 역시 2022년까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분양물량 24만호 중 6만호에 대해 사전 청약을 실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서울 내 주거 문제를 경기권 공급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수요자들의 관심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서울 내 전셋값이 워낙 높다보니 자금을 좀 더 보태서 주거 환경이 양호한 서울 인접지역으로 수요가 빠질 여력이 늘어났다”며 “전세난이 계속되는 한 이런 현상은 유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이어 “대부분 실거주 수요지만 김포시 등 일부 지역 경우에는 투자 수요도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