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먼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흔히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일컫는다. 하지만 한국 교육은 해마다 정책이 바뀌면서 학교 현장, 교사, 학생, 학부모 간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근시안적 교육 정책은 단기간 효과에 연연한다는 지적이다.
올해는 자율형사립고, 누리과정 예산, 9시 등교제 등 각종 교육현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대해 미디어펜은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만나 미래의 한국 교육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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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9일 "그동안 일방적인 정치공약이 악순환되고 반복돼 왔다. 교육 본질을 위해 균형점을 찾고 교사의 권리, 학교의 권리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균형감 잃은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살리기 운동과 함께 콘텐츠 중심으로 인성·사회적 교육과 더불어 '지덕체(智德體)'가 아닌 '덕체지(德體智)'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 교육에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해방 이후 한국 교육은 미 군정의 바탕이 됐다. 이후 5·31 교육개혁 이후 급진적 진보로 끌어 올렸다.
교사는 공급자의 역할을, 학생은 수요자로 된 것으로 경제논리가 수반됐다. 학생 요구에 맞춰 균형감을 잃었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 형태였다. 특히 교사의 존재감은 없어지고 사교육은 높아졌다.
교육행정기관인 교육부·교육청은 학교와 구분해야 하는데 학교가 행정기관이 됐다. 학교장이 학교를 운영하는 교육자인데 명령에 의해 업무가 이뤄지고 학원강사는 자유로워질 정도로 교사가 행정기능에 집중하는 '잡무'가 많아졌다.
학교권리에 대한 위상을 제고할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특히 교육감 직선제 이후 교사의 자율성이 훼손되고 교원의 권위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제자리로 돌려주는 교권(校權)이 필요하다.
일부 정치권과 교육행정가의 정략적이고 포퓰리즘적인 교육정책 남발은 국가 부담과 더불어 교육 주체 간 갈등을 초래한다. 학교를 정치의 장이 아닌 교육의 장으로, 교육행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으로 변화시켜 제자리를 찾게 해 학교의 자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자사고, 9시 등교제, 누리과정 예산편성 등 각종 교육현안에 대한 의견은?
"교사와 학생 간의 균형점이 흐트러졌다. 이는 직선제교육감 등에서 문제가 나온 것이고 교육 안의 질이 훼손됐다.
자사고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높이는 고교 교육 정책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현행 자사고 제도는 학생 수급을 고려하지 않고 과다한 수업료에 따른 귀족학교로 논란이 되고 있다.
초·중등학교는 평준화를 이루면서 고교는 다양화해야 한다. 과거 해외 교육시스템의 겉모습만 받아들였다. 우수한 교육, 전통적이면서 엘리트 교육을 해야 하는데 현재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사고를 폐지하면 일반고가 산다는 'Lose&Win'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체적으로 교육의 질을 끌어 올리는 상향식평준화를 위해 근본적 대안 마련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사고는 학교기관으로써 리더십교육을 하는 곳이다. 진보교육감들이 자사고 재평가로 폐지로 몰고 가서는 안되며 자사고와 일반고가 'Win-Win'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누리과정 예산편성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자칫 부실해질 수 있다.
모든 아이들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누리과정의 도입목적이다. 현재는 충분한 재원 확충 방안도 전제되어 있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동일하게 지원하는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은 예산 파탄의 상황으로 나타났다.
전면 무상복지 정책은 재원을 확충한 다음 충분한 재정적 요건에서 추진해야 한다. 인기영합주의식 정책 추진은 결국 무상교육 복지정책의 역습을 맞을 것이다.
사회의 질이 많이 향상된 가운데 이제는 선택적 복지가 필요하다.
9시 등교제에 대해 교육청이 압력을 가하고 있다. 교육감이 교육권력자가 된 것이다. 직선제 교육감의 피해다.
초등등교육법 시행령 제49조는 학교는 등·하교 시간을 학교장의 교유 권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등·하교 시간은 학생, 학부모의 생활패턴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학교가 미래 삶을 준비해야 하는 곳이다. 진보교육감들은 학생의 현재 삶에만 몰두하게 하고 있다.
쾌적해야 할 학교가 9시 등교에 학생들이 힘들어하고 무상급식에 욕구 충족이 되지 않는다.
이에 한국교총은 교육부가 국가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교육감 행정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사회적 합의도출을 위한 국민대토론회' 개최를 제안하고 있다."
- 공무원연금법 논란에 대한 생각은?
"교육자는 사회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로 국가를 만드는데 일조한다. 공무원을 재정을 축내는 사람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단순 비교만으로 금액만 보는 것이 아닌 사회적협의체를 만들어 협의해야 한다. 한국 50만 교육자들은 공무원연금에 대해 납득할만한 대안과 과정이 전제된다면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해결책 모색에 나설 용이가 있다.
지금처럼 일방적인 방식으로 공무원연급법 개정이 진행된다면 동의할 수 없다. 일방적 진행은 민주주의에 어긋난다.
긴 호흡으로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머리를 맞대고 교원 공무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협의기구'를 통해 원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정부의 교육 정책은?
"1995년 김영상 정부의 5·31 교육개혁이 발표된 지 올해 20주년이 됐다. 교육의 질 향상, 교육선택권 확대, 단위학교 자율성 확대 등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의 큰 틀을 바꾸고자 노력한 측면이 있지만 실제 취지와는 다르게 전개됐다.
수요자 중심에서 교원을 개혁 대상을 보는 것이 아닌 형태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요자 중심정책은 검증되지 않은 교원 개혁정책을 남발하고 교사의 전문성을 경시, 학생·학부모의 대립적 관계를 조장한다.
이에 5·31 교육개혁을 재조명해 교원이 주체적 역할을 확립할 수 있도록 새롭게 정립해야할 필요가 있다.
교육의 본질적 과제는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것이다. 인성과 감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의 개선되어야 한다.
2012년 한국교총 주도로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을 출범한 이유도 가정-학교-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성을 갖춘 인재를 배양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 곳만 바라보지 말고 교육의 근본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교사는 교육전문직이다. 시간선택제 교사가 아닌 학교에 집중할 수 있는 교사를 만들어야 한다."
- 교사들이 갖추어야할 사항은?
"교사는 전문지식이 필요하지만 열정·헌신이 필요하다. 지식만 전달하면 메마른다. 인성교육을 혼혈일체, 열과 성을 다하고 부족한 부분은 자기계발로 채워야 한다.
교직의 노동직화로 인해 교원 간, 교원과 학부모 간 괴리 등 교육계 내외적 많은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원 스스로 소양을 쌓아 학부모와 사회의 신뢰를 되찾는 교직본령을 충실히 해 교원이 교육개혁의 주체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교직을 전문지주의 기반에 '전문연구직'을 표방하고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나가야 할 것이다."
- 한국의 교육열이란?
"우리나라 교육열은 매우 높다. 유대인의 교육 못지 않게 과유불급이다.
한국의 교육은 60여년 짧은 근대교육 역사에 세계의 주목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평가절하 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뜨겁지만 교육의 본질을 찾는 방향이 아닌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성공만 바라는 형태의 교육열이다.
학부모는 자녀에게 공부를 강조하고 영어에 몰입하는 것을 성공이라고 인식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학부모도 책무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정치인과 교육행정가 주도의 학교실험정화, 교원을 교육개혁 주체가 아닌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은 교직 위상이 약화된다. 한국의 성장 동력인 교육을 악화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 교육 정치화의 우려는?
"1990년대 후반부터 정치권력의 변동과 2007년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되면서 교육은 정치에 도구화, 수단화되어 가고 있다.
특히 교육감 진선제는 교육 본질보다 포퓰리즘적 정책에 중심을 두고 일부 시·도에서는 교육여건 개선보다는 무상급식·혁신학교 확대 등에 지방교육재정을 투자, 학생인권조례·학교자치조례 제정 등이 가속화 되면서 갈등의 폐해는 고스란히 학교 현장으로 이어져 혼란을 겪어야 했다.
교육에 대한 정치세력의 이념적 영향력을 배격하고 국가 정체성 등 헌법적 가치를 존중해 정부와 교육감의 행정 행위가 법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한국교총은 올해 8월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교육의 정치화를 막고 교육 본질에 입각한 교육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권력화되는 교육감은 정치인처럼한다. 학교는 집행, 정치권의 존속되는 형태다. 이에 교육감 직선제 위헌 소송으로 학교권리의 본모습을 찾아가려 한다." [미디어펜=류용환 기자]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프로필
1957. 전남 출생
1979.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1985.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대학원(석사)
1995.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대학원(박사)
1981.∼1985. 서초중학교·동작중학교·수도여고 교사
1995.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초빙교수
1998.~1999. 한국교원대학교 교환교수
2001.~2003. 전국교육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
서울교육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
2006.~2008. 한국체육학회 부회장
2008.~2010. 교과부·문체부 학교체육진흥위원회 위원장
201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34·35대 회장
2011.~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교육협력위원
2012.~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상임대표
2012.~2014.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
2013.~ 언어문화개선범국민연합 공동대표
2014.~ 대한체육회 평가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