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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서 돌아온 앙부일구 [사진=문화재청 제공] |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조선 시대 과학기술의 정수인 '앙부일구(仰釜日晷)' 한 점이 최근 미국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미국의 한 경매에 출품된 앙부일구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지난 6월 매입, 8월 국내로 들여왔다고 17일 밝혔다.
재단은 지난 1월 이 유물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후 면밀한 조사와 검토를 진행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러 차례 경매가 취소 또는 연기됐고, 마침내 지난 8월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재단은 "이 앙부일구가 언제, 어떻게 해외로 반출됐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앙부일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公衆) 해시계로, '하늘을 우러러보는(仰) 가마솥(釜) 모양에 비치는 해그림자(日晷)로 때를 아는 시계'라는 뜻이다.
안쪽에 시각선(수직)과 절기선(수평)을 바둑판 모양으로 새기고, 북극을 가리키는 바늘을 꽂아, 이 바늘의 그림자가 가리키는 눈금에 따라 시간과 날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지름 24.1㎝, 높이 11.7㎝, 무게 약 4.5㎏의 동합금 유물로, 시계가 설치됐던 한양의 북극고도(위도)가 표시돼 있어 18∼19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앙부일구는 주조법이 정밀하고 은입사(銀入絲, 홈을 파서 은실을 박아넣는 것) 기법이 섬세하며, 다리 부분은 용과 거북머리 모양으로 장식돼 있다.
국내에 유사한 크기와 재질의 앙부일구는 7점이 있으며, 이 중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두 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고, 비슷한 앙부일구는 영국에 1점, 일본에도 2점이 있다.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고궁박물관 소장 보물보다 다리 부분 장식이 더 화려해,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제작한 것임을 알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교 국가에서 관상수시(觀象授時, 하늘을 관찰해 백성에게 절기와 시간을 알림)는 왕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고, 앙부일구는 일반 백성도 이용했던 조선 최초 공중 시계로, 세종 때부터 조선말까지 제작됐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앙부일구를 종묘와 혜정교(惠政橋, 지금의 서울 종로1가)에 설치했는데, 세종실록에는 글을 모르는 백성을 위해 12지신 그림으로 그려서 시간을 알게 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세종 때 제작된 앙부일구는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앙부일구는 현대 시각 체계와 비교해도 거의 오차가 없으며, 절후(節候,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기후 표준), 방위(方位), 일몰 시간, 방향 등을 알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과학기기다.
최응천 재단 이사장은 "환수한 앙부일구는 궁중 장인의 뛰어난 기술 역량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보존상태가 완벽하고 은입사 기법이 뛰어나다"며 "조선왕실의 애민정신이 담겼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와있어야 그 빛을 발할 수 있는 문화재"라고 말했다.
돌아온 앙부일구는 고궁박물관이 관리하며,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박물관 내 과학문화실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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