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정부가 서울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내놓은 공공재개발은 흥행한 반면, 공공재건축 사업은 실패 위기에 놓였다.
공공재개발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던 도시재생구역까지 공모에 나서며 참여 열기가 뜨거웠지만 공공재건축은 주요 대단지가 발을 빼면서 적색불이 켜진 것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공공재건축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과도한 기부채납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사업성이 낮다는 것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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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일대 위치한 은마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
17일 서울지역 각 구청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마감된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지 공모에 60여곳이 신청했다. 공모에는 용산구 한남1구역과 원효로1가, 청파동 일대, 성북구1구역 등이 신청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모에 앞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측은 △예산의 중복집행 금지 △정책 일관성 유지 △도시재생 지지 여론 △정책효과 등을 이유로 도시재생지역의 공공재개발 참여 배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창신동과 숭인1동, 가리봉동 등 현재 도시재생이 진행되고 있는 구역에서 신청서를 낸 곳도 있어, 최종 집계에서는 숫자가 조정될 가능성도 크다.
공공재개발 사업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이 재개발 사업에 직접 참여해 도심 내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방식을 말한다.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기부채납 비율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사업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대신 일반 분양 물량의 절반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제공해야 한다.
정부가 공공재건축 사업에 참여하는 단지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재건축 주요 단지들의 참여는 저조하다. 실제 국토부와 정비 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4424가구)와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 청량리 미주(1089가구) 등이 컨설팅을 중단한 상태다.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재건축 단지 총 15곳 중 남은 곳은 500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 11곳 뿐이다. 소규모 단지들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컨설팅 결과를 받은 후 선도사업 후보지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공공재건축 선도사업에 참여하는 재건축 조합에 대해 기부채납 비율(50~70%)을 최소 비율인 50%만 적용키로 했다. 또 공공분양 주택을 기부채납 받을 때 공사비 표준형 건축비 대신 기본형 건축비를 적용해 더 비싼 값을 쳐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본형 건축비는 표준형 건축비의 1.6배 정도 높아 조합 입장에서는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표준형 건축비는 공공임대 아파트에 적용되고 기본형 건축비는 민간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더불어 재건축 단지를 특별 건축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별 건축구역은 건축법에 규정된 특례로서 동간격과 조경, 일조권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재개발에 비해 혜택이 미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공재건축에는 공공재개발에 제공되는 분양가상한제, 초과이익환수제 면제 등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특히 기부채납 비중을 최소비중인 50%를 적용하겠다는 내용도 기존에 정부가 제시한 기부채납 시뮬레이션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은마아파트의 경우 공공재건축 추진시 조합원 1인당 약 11억원의 손해가 발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이에 사전 컨설팅에 참여했던 재건축 단지 주민들도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에서는 일부 조합원이 공공재건축 모임을 만들어 조합장 해임 추진과 유인물 배포 등 단체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같이 공공재건축이 시장에서 외면 받게되자 정부도 선도사업 추진 시 기부채납 비율을 최소화하고 임대주택의 전용면적을 늘리는 등 추가 인센티브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남을 비롯한 주요 재건축 조합원들은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데 대해 끊임 없이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며 "누가봐도 조합 이익이 현저히 떨어질 게 뻔한데, 참여하겠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조합원들이 원하는 방향과 피해가 없도록 임대 비율 등을 다시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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