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유통 중장기 국채 55% 보유, 추가 매입 어려워...트럼프는 ‘몽니’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국채매입한도가 다 차서, 경기부양여력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 건물 [사진=연합뉴스]


연준은 시중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매입하고, 대신 은행들에 지급준비금을 충당해주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데, 1년 만기보다는 중장기 국채 매입이 더 중요하다.

9월말 기준 미국의 중장기 국채 발행잔액은 13조 3000억 달러다.

이중 6조 4000억 달러는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어 연준이 매입하기 어렵다. 달러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려면, 달러 표시 자산인 미 국채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 외국인에게서 국채를 매입해도 미국 내 유동성 공급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따라서 연준은 미국 내에서 유통되는 국채만 매입한다.

9월말 현재 연준은 미국 내 유통 중장기 국채의 55%인 3조 8000억 달러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55%선이 될 때마다 잔액을 줄여 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지금이 거의 '포화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허정인 KTB증권 연구원은 "현재와 같이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국채가 없는 상황에서는, 연준도 적극적 자산매입 확대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기 어렵다"며 "연준 국채매입 기대는 조정될 필요가 있으며, 연준 홀로 경기를 부양하고 자산가격을 받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연준은 매월 1200억 달러인 현재의 채권매입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이렇게 밝히고, 통화정책의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패배하고도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도 연준에겐 골치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주디 셸턴 연준 이사후보는 인준안 표결에 필요한 절차인 토론종결 투표에서 17일 부결됐다. 

금본위제 옹호자인 셸턴 후보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격리 조치로 일부 의원이 투표에 참석하지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셸턴은 물론, 5년 임기의 통화감독청장에 현재 청장 대행인 브라이언 브룩스를 임명하는 절차를 강행할 방침이다.

통화감독청은 은행과 저축은행 등을 감독하는 재무부 산하의 독립기구로, 연준 및 연방예금공사와 함께 금융감독 틀의 중요한 한 축을 맡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예정일인 1월 20일 전까지 상원 청문회 등 브룩스 청장 임명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