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대출 보다 신용평가제 대출 강화...제2금융권 억제 보다 금융권 협조 필요

주택대출 규제 완화 4개월만에 가계 빚이 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더 이상의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 없이 가계부채 인정 대상을 늘리는 등의  미세 조정책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 정책 개선 보다 대출 방법의 변화와 금융권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금융당국이 미세 조정책을 내놓았지만 전문가들은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을 자제하고 신용평가제 대출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뉴시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관리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며 가처분소득대비 부채 상환 능력을 고려한 대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 8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 시키고자 최경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대출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쳤다.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듯 보였지만 주택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서민들의 가계 빚만 늘어났다. 더욱 전세 값이 상승하는 역효과를 내면서 주택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월 말 기준 780조6000억원이다. 10월 한 달 증가액은 7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역시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은이 10월 발표한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11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554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8670억원 늘었다.

이에 국회 입법조사처는 대출 접근성을 높이는게 서민 금융정책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며 LTV DTI 규제와 이자율 수준을 정상화해 가계부채의 적정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결국 지난 10일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등과 함께 '제4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상호금융권 가계부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담보 종류에 따라 경매 낙찰가율을 따져 한도를 부여하는 등 상호금융권의 상호금융권의 토지 담보대출에 'LTV 적용 가이드라인'을 새로 세우기로 했다

또 제2금융권 대출은 담보가치가 상대적으로 과대평가될 수 있었다며 공신력 있는 외부 감정평가법인이 부동산 담보가치가 적정하게 평가됐는지 사후에 심사하는 방안을 시범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출의 재원이 되는 수신자체를 억제하기 위해 고금리로 수신을 유치하는 조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예탁금 비과세 혜택도 없애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담보에 따른 대출방법과 사후 관리가 아닌 보다 사전 실질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혁 현대경제연구소의 연구원은 "가계부채는 결국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며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상환이 높지 않도록 유지 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담보할 것이 있으면 대출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담보보다는 실질적으로  신용평가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주로 담보가 주택, 부동산인데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결국 집주인만 손해를 보게 되고 부채 상환 속도보다 빚이 빠르게 늘어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출을 해 줄때는 담보 보다는 개인 스스로가 진 빚을 갚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신용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종만 한국금융위원회 선임연구위원은 서민층을 위한 주택금융제도를 실행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자금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서민지원 주택금융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자금을 적극 활용하는 재원 확대방안이 필요하다.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서민지원 주택금융은 재원조달 등의 문제로 인하여 지원규모가 제한되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자금과 주택담보대출채권의 유동화 등 자본시장의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과 같이 늘어난 부채에 대해서 심각성이 있지만 규제를 강화시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 될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제기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한달 새 급증한 가계부채에 대해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사실상 힘들 것'이라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역시 거래를 늘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거래가 시장에서 이뤄져야 죽은 시장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면서 "정책 강화도 좋지만 정책을 이행하는 도중 좀 더 면밀하고 분석적인 모니터링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