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오는 30일부터 신용대출 규제 강화
문턱 높아진 제도권 대출 불법 사금융 내몰아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정한 가계부채 관리방안 시행에 앞서 시중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저신용‧저소득 등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여기다 최근 정부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발표 이후 저축은행들도 저신용자의 대출 취급을 줄이기로 하면서 제도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취약계층들이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27일 금융권 및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오는 30일부터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 이내로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용대출 규제를 시행한다.

대출 규제가 본격화하는 것은 오는 30일부터이지만,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선제적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당국의 규제발표 이후 규제가 적용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선 것이다.

실제 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 12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29조5053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규제 전 막타를 타자’는 대출수요가 급증하면서 19일 신용대출 잔액은 131조354억원으로 늘었다. 불과 일주일만에 1조5000억원가량이 불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부터 연 소득의 200% 내에서만 신용대출을 허용하기로 했고, 우리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다. 농협은행은 대출 한도와 우대금리를 축소, 우량 신용대출과 일반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인하했다. 또 연 소득이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가능 한도를 연 소득의 2배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인데 다가 최근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내년 하반기부터 연 20%로 인하하기로 발표하면서 취약차주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최고금리가 연 20%로 인하되면 31만6000여명이 금융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고, 그 중 3만9000명에 이르는 취약계층이 제도권 밖으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서민금융 확대방안을 통해 금융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취약계층이 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 서민금융을 확대한다고는 하지만, 서민금융상품을 통한 지원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