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진 국가재정에 큰 문제없다 판단한 듯, 정부 입장과 비슷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부채와 국채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재정정책을 뒷받침할 국채 매입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과 11월 금통위 발표 중, 국채 매입 관련은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다만 국고채 '단순매입'은 구체화, 올해 9월 시행된 5조원 가이던스에 이어 내년에도 정례적 단순매입이 기대된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은 제공]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회견에서 "내년에도 국고채 발행 물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국고채 수급 상황 변화에 따라 시장금리를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국채 매입을 통한 장기물 금리 하락 유도의 효용성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 구조 상 미국은 회사채시장 의존도가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시중은행 대출의존도가 높아, 장기물 금리를 낮춰도 기업의 조달비용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

또 정부부채도 아직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한은은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부채는 최소한 이자비용은 지불할 수 있어야 연속성이 유지되고, 부채의 연속성이 재정정책의 연속성과 정부 기능의 지속가능성을 의미, 이자비용이 세입의 범위 내로 관리돼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지난 9월말 기준 800조 3000억원으로, 연말에는 국내총생산(GDP)의 48.4%로 전망돼, 선진국 평균보다 부채가 상당히 적다.

올해 국채발행에 따른 연간 이자비용 추정액은 18조 5000억원으로 GDP의 1.0%, 연간 세입의 3.9%, 세출의 3.3%에 불과, 부채비율이 GDP의 100%를 넘는 주요국보다 훨씬 낮다.

물론 한은도 내년에는 시기와 규모는 유동적이지만, 국채 매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의 상승이 자산가격 급락으로 이어지거나 자금이동의 경직성이 유발될 때, 국채 매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21년 본예산에 재난지원금 반영을 검토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기존 뉴딜 예산을 삭감하지 않는다면, 내년 본예산 규모는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국고채 공급확대에 대응하는 방안들이 올해보다는 더 치열하게 고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고채 2년물 추가 발행으로 단기물 구간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단기 구간의 지표채 매입을 통해 기획재정부와 공조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정인 KTB증권 연구원은 "국채매입과 관련, 한은은 다소 보수적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며 "선국과 비교했을 때 국채매입에 대한 효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출구전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 확대 시 국채매입을 시행한다는 기존 정책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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