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최 경위 자살'에 일단 신중…수사 차질도 불가피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등이 담긴 청와대 문건유출 혐의를 받고 있던 서울경찰청 최모 경위가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면서 정치권과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여야는 이날 최모 경위 자살 보도에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수위 조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야는 일단 고인을 애도하면서 신중한 입장을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당국도 최 경위가 문건 유출 수사의 핵심 인물이었음에 그와 함께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모(44) 경위나 박관천(48) 경정 등에 대한 수사도 당분간 올스톱할 수 밖에 없을 상황에 부닥쳤다.

   
▲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을 복사해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관 최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13일 오후 경기도 이천 경찰서에서 경찰 과학수사팀이 최 경위가 타고있던 차량을 감식하고 있다./뉴시스
새누리당은 문건유출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는 한편 야당을 겨냥해 정쟁을 일삼지 말아야 한다고 차단막을 쳤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문건의 내용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날을 세우고 있지만 정쟁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 수위조절을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이 사실상 확인된 것 아니냐는 반응을 조심스럽게 내비치면서도 기존 입장에서 공세 수위를 높여야 할지 여부는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도 13일 한 경위 조사 여부와 관련,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한 사람이 죽었는데 예의는 있어야지"라고 밝혔다.

검찰은 최 경위를 상대로 청와대 문건을 입수한 경위와 유출 경로 등을 확인, 수사의 골격을 갖춘 뒤 추가로 문건 유출을 지시한 배후나 가담 세력이 있는지를 추가로 수사해 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 경위의 갑작스런 자살로 검찰은 수사의 중요한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당초 법원에서 최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하려던 계획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문건 유출 사건의 기초수사 단계에서부터 수사가 꼬이면서 검찰이 엉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