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수장을 맡아온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3년 5개월여 만에 교체됐다. 김 전 장관은 2017년 6월 취임 당시 부동산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그는 재임 기간 중 무려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꺼냈음에도 전국적인 집값 급등, 전세대란 등 초라한 성적표만 남기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재임 기간 동안 김 전 장관이 남긴 흔적들을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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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연합뉴스 |
◆'1261'일의 최장수 국토부 장관 타이틀
3선 국회의원 출신의 김 전 장관은 20대 국회 출범 당시 여성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선대위에서 미디어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토부 장관이 됐다.
2017년 6월 23일 첫 여성 국토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취임한 김 전 장관은 집값 급등이 공급 부족이 아닌 투기 세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전 장관은 취임식에서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며,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며 “국토부 장관으로서 서민 주거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집 걱정, 전월세 걱정, 이사 걱정을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김 전 장관의 재임 기간(2017년 6월~2020년 11월) 동안 한국감정원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16% 넘게 올랐다. KB부동산 리브온 기준 상승률은 36.6%에 달한다. 올해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공급이 줄어 전세값도 폭등했다.
결국 김 전 장관은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가능성을 꺾어버리면서 집에 대한 걱정을 없애버리게 됐다. 실제로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2591명을 대상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생각’에 대해 조사한 결과, 자가 주택 거주자를 제외한 응답자(1991명) 중 절반이 넘는 51.4%가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가능하다고 답한 응답자들(967명)도 내 집 마련이 평균 10.3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김 전 장관은 뚜렷한 성과 없이 첫 여성 국토부 장관이자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라는 이름만 남기고 퇴장하게 됐다. 청와대가 개각을 단행한 지난 4일은 김 전 장관이 취임 후 1261일째 되던 날이었다. 이전 최장수 국토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2008년 2월 29일부터 2011년 6월 1일까지 약 1189일 동안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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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
◆'24'번 쏟아낸 땜질식 부동산 대책
김 전 장관이 재임 기간 동안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24개에 달한다. 각종 대책에는 대출 규제, 투기과열지구 지정,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의 규제 정책과 주택 공급을 위한 신규택지 지정 등이 포함됐다.
2017년 6월 취임한 김 전 장관은 두 달도 안 돼 8·2 대책을 발표했다. 8·2 대책의 핵심은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 세종시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금융규제 강화 △청약 1순위 자격 요건 강화 및 가점제 비율 상향 등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규제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주택 시장의 거래량은 줄었지만, 수도권의 집값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정부는 수요를 더욱 억제하기 위해 2018년에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하는 9·13 대책을 발표했다. 9·13 대책으로 3주택자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은 최고 3.2%까지 올랐다. 같은 해 김 전 장관 취임 후 첫 공급 대책인 9·21 수도권 주택공급방안도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를 조성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9·13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잠깐 하락세를 보이는듯 했지만, 2019년 하반기에 들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9억원 초과 주택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강화하고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강력 12·16 대책을 도입했다.
올해도 각종 대책이 이어졌다. 6·17 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 대상으로 묶었으며, 7·10 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세를 강화했다. 이어 11월 19일 김 전 장관은 본인의 마지막 대책을 발표했다. 11·19 대책은 수도권의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 향후 2년간 공공임대 11만4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처럼 김 전 장관은 24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하고 떠나게 됐다.
한편, 청와대는 김 전 장관의 후임으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내정했다. 변창흠 내정자는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를 거쳐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국가균형발전위원, LH 사장 등을 역임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김현미 장관 재임 동안 대출·세금·청약 등 수요 측면의 규제를 많이 하다 보니까 부동산 거래회전율이 떨어지고 수요자들 간 이동이나 주택 갈아타기가 어려워졌다”며 “이런 문제는 시장에서 공급 확대를 통해 해결했어야 했는데, 공급도 많이 안 되면서 ‘똘똘한 집 한 채’와 희소성 이슈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이슈가 김 장관 취임 이후 3~4년이 지난 시점인데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장관은 수요자들 간 이동이 어려운 점,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점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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