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으로서 책임 마다하지 않겠다"…급물살 평가
최 회장, ESG 경영 강조…"기업, 이윤 창출 몰두 시대는 지났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이 같은 결정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이 고심을 거듭한 끝에 차기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기로 했으며, 이르면 이달 말 경 늦어도 내년 1월 중에는 공식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 임기는 내년 3월 중 끝난다. 최 회장은 지난 8월께 차기 회장직을 권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이미 인수인계를 일부 하는 중"이라며 "그룹 내에선 부정적 기류가 있기는 하나 최 회장 의지가 확고해 발표만 남겨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서울상의는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 회장단 회의에서 차기 회장을 추대한다. 이후 2월 말 총회에서 회장을 공식 선출한다. 일반적으로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것이 관례인 만큼 최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에 우선 추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대한상의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 점을 고려해 최 회장이 경제계 전반을 아울러 정부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주요 대기업에도 이와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최 회장은 최근 각종 행사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3일 최종현학술원과 일본 도쿄대학이 연 도쿄포럼에서 최 회장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과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것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5일 베이징포럼에서는 "ESG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업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만 60세인 최 회장은 재계 '맏형'으로 통한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연장자다. 최근 4대 그룹 총수들은 최 회장 주도로 수차례 회동했다. 지난달 이들은 SK 워커힐호텔의 애스턴 하우스에서 자리했다.

이 모임에서는 차기 대한상의 회장 얘기도 나왔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는 대한상의 회장을 뽑는 서울상의 부회장단사들이다.

재계는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 수락 배경으로 기업 목소리가 정부 정책에 잘 반영되지 않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날 각 경제단체들은 각자 나름의 역할을 하며 정부 당국과 긴밀히 소통해왔다.

대기업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주로 의견을 내왔다. 노사 문제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무역 관련 사항은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각 부처에 전달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전경련이 사실상 대 정부 창구 기능을 상실함에 따라 위상도 떨어지며 역할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정당하고 합당한 기업 목소리마저 묻히기 일쑤라는 지적이다.

소위 '규제 3법' 등 기업 활동 상 큰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상법·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재계 우려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총은 전경련을 대신해 기업들의 입장과 의견을 취합해 정부·여당에 전달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박용만 회장의 대한상의는 2013년부터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경제계 전반을 아우르는 경제단체로 떠올랐다. 일부 기업들은 전경련을 대체하는 또 다른 경제단체 설립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상의로 의견들을 모으기 시작하며 최 회장이 자연스레 적임자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최 회장 본인도 "기업인으로서 책임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만큼 대한상의 회장직 수락 관련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에 올라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확산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 회장은 기업이 이윤 창출에만 몰두하는 때는 지나갔다고 여긴다. 그는 SK 임직원들에게도 적극적인 사회문제 해결 방법론을 연일 요한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지난 10월 'VBA 2020 코리아' 세미나에서 "기업 활동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며 "한국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정·표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이와 같은 발언을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기업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도록 노력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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