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 바이든 행정부 탄생이 결정되면서 북핵 협상과 관련해선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경력이 있지만 당시에도 정권 말기 전략적 인내는 실패한 정책이란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이 수립되고 담당자들의 인선이 마무리되기까지 최소한 6개월여가 걸릴 전망이지만 벌써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조기 대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북핵 개발 수준이 오바마 정부 때와 다른데다, 비록 결실은 없었지만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 바 있고, 과거 우호적인 대북정책인 ‘페리 프로세스’를 이끌어냈던 ‘김대중-빌 클린턴 정부’처럼 한국과 미국의 진보 정권의 조합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조기 북핵 대화 요구는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조기에 대북정책을 결정해 북한을 향해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 한국국제교류재단 공동 주최 화상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아시아의 예측 불가능한 특성의 목록 최상위에 북한이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북한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조기에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당선인이 북미 대화에 조기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2004년을 포함해 과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북미 간 직접 대화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대응해야 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상위 어젠다로 올리지 못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불확실성이 감소된다는 측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기대해볼 시점이다.
다만 조기 북핵 대화가 성사되려면 바이든 정부의 의지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톱다운 대화 방식을 선호해온 북한이 달라진 대화 방식을 수용할지 여부, 미중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여부, 여기에 미 공화당 의원들의 발목잡기와 문재인정부의 역할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
|
|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뉴스1·조 바이든 당선인 트위터 |
무엇보다 북미 대화가 조기에 성사되려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른 시기에 결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 결정 이전에 바이든 당선인의 첫 대북 메시지가 긍정적이라면 더욱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후임을 우선 선정하는 것도 좋은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외정책팀이 과거의 대북협상 기조를 바꿔야 하는 문제도 있다. 가령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 등에 대해서도 과거 오바마 행정부 때와 다른 대응을 해야 한다. 이젠 북한의 달라진 핵능력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야 하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놓을 경우 북한이 강력 반발할 수 있다. 민주당의 대북정책 기조에서 인권 문제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민주주의 원칙을 들이대면서 인권 문제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어 이럴 경우 북미관계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도 북미대화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트럼프 행정부처럼 대중 압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 초기부터 미중 갈등이 불거질 경우 북핵 문제에서 진전을 보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미중 간 갈등을 겪게 될 때엔 북핵 문제 해결에서 진전이 없었던 사실을 지적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북한 문제를 놓고 협력보다 서로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러시아와 관계를 잘 설정한다면 이들 나라가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태도도 보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바이든 당선인은 북한 문제에서 중국과의 공조를 중요시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실각설이 돌자 당시 바이든 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대북 압박과 공조를 강조했다. 북핵을 그대로 놔뒀다가는 일본이 핵무장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한국정부의 설득력도 북미대화의 조기 성사 여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에 동조해온 문재인 정부가 결과적으로 북핵 해결에서 결실도 얻지 못했으므로 새로운 미 행정부를 설득할 로드맵을 준비했을 지가 관건이다.
북핵 협상과 관련해 새롭게 제기된 핵군축이든 기존에 언급된 조건부 비핵화든 앞으로 예상되는 실무단계 협상인 보텀업 방식은 더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북미 간 북핵 대화가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다자주의를 선호하는 바이든 당선인이 6자회담으로 복귀할지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지도 알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당선인은 과거 대선후보 자격으로 북한과 직접 대화의 필요성을 말해온 사실이 있다.
사실 북한도 핵협상을 직접적인 안보 위협 상대인 미국과 해결하길 바랄 것이다. 초기에는 북미가 협상을 진행하고, 이후 북한에 보상하는 ‘부흥 플랜’에선 주변 국가들이 가담하는 방식이 우세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과거 오바마 정부 때 북한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어서 기존 방법론이 축적돼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핵보유국을 선언했고, 또 4년간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북미정상회담이란 세기적 사건도 치른 상태여서 달라진 환경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에서 기존 방법론을 고수할지 아니면 새롭고 건설적인 변화를 시도할지에 따라 조기 북미대화의 성사 여부도 달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