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감사위원 분리 선출·최대주주 의결권 '3%룰'로 제한
경영권 상실 우려 커져 최대주주 선임권 무용지물 예상도 나와
노조법 개정안,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조항 삭제
재계 "경영 매진할 기업들 위축되고 투기자본 공격에 무기력해질 것" 우려
   
▲ 국회 본회의장 전경./사진=미디어펜 DB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재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기업규제 3법'과 '노동 3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재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외국계 투기 펀드와 사모펀드 등 외부로부터 경영권을 지켜내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야 할 가능성이 커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소위 '3%룰'이다. 상장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규정한 점인데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그동안 감사위원은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일괄 선임한 후 선출해 왔다. 때문에 감사가 최대주주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막는 것이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개정된 상법은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며 최대주주 의결권마저 제한하도록 하는 만큼 당장 내년 3월에 몰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감사위원들을 뽑아야 하는 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린 셈이다.

개정안은 당초 감사위원이 사내·사외이사 여부와 관계 없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더해 3%까지만 의결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나마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에 한정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에게 각각 3%를 인정하는 것으로 수정 가결됐지만 재계에서는 여전히 불만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30.41%라고 분석했다. 이 중 국회 수정가결안대로 '개별 3%룰'을 적용하게되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평균 지분율은 5.5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외국인 지분율 평균은 38.12%에 달해 경영권 상실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경총은 "진입 비용이 대폭 낮아지는만큼 해외 펀드 또는 경영진 반대 세력 등의 이사회 진입 시도가 늘어 최대주주 선임권은 무용지물이 되는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된 점에 대해서도 재계는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기존 상법 역시 대표소송제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와 같이 자회사의 불법행위로 모회사가 손해를 보게 될 경우에는 일반 주주가 해당 자회사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개정안은 비상장회사는 지분 1% 이상, 상장회사는 0.5% 보유한 이상 주주에게 소송 제기 자격을 부여했다.

공정거래법이 개정돼 내년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도 동시에 이뤄진다. 해당 법 개정안의 핵심 축인 기업집단 규율 법제와 관련,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행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기준은 총수일가 지분 상장 30%·비상장 20% 이상으로 돼있다. 개정안은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한다. 해당 기업들이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감시망에 오르는 회사는 598개로 388개나 늘어난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는 지난해 총 800억원이다. 현재는 규제 밖에 있는 내부거래라도 총수일가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한 부당지원에 해당하면 경쟁 당국의 제재감에 해당할 수 있게 된다는 평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규제 3법이 통과돼 투자와 일자리에 매진해야 할 우리 기업들을 위축시키고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노출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기자본이 선임한 감사위원에 의한 영업기밀·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상존하게 된다"며 "이해관계자의 무분별한 소송으로 기업 이미지 실추를 감수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전경련 측은 "정상적인 계열사 간 거래의 위축으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라며 "결국 국가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조합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서도 재계는 울상이다.

개정된 노조법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것이다. 이는 실업자·해고자도 기업별 노조 가입을 가능케 했다. 따라서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조합원도 기업별 노조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노조법 개정안은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 규정도 없앴다.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는 법으로 막을 게 아니라는 ILO 권고를 수용한 것이다.

재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피력하고 있다.

전경련은 "노조법 개정안은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심화, 후진적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켜 기업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경총 역시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라며 보완 입법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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