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13조6444억 증가…역대 최대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신용대출이 막히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역대 최대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은행도 추가적으로 대출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은행의 대출 관리를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에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더욱 엄격히 할 것을 재차 주문한 데 이어 내년 1분기에는 현재 적용중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다.

당국의 규제에도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말 은행 가계 대출 잔액은 982조1382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6444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던 8월(11조7000억원)보다 1조9000억원 불어난 규모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지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무엇보다 신용대출 증가액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전월대비 7조4000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이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을 DSR 40%로 제한하면서 대출규제에 앞서 막차에 올라타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이미 지난 10월 이후 신용대출 우대금리 축소와 한도를 조정하며 선제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그러나 연말을 앞두고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더욱 엄격히 나서 달라는 당국의 압박에 추가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과 가계대출 회의를 연 자리에서 “지난 9월 제출한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줄 것”을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 가계부채 선진화 방안 마련을 위한 작업반을 구성했으며, 가계대출 관리방안 집행상황을 더욱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원(WON)하는 직장인 대출’ 상품을 당장 11일부터 중단한다. 하나은행도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대출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NH농협은행은 이달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올원직장인대출’ 한도를 줄이고 우대금리도 없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대출상담사 모집을 통한 대출을 중단하겠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은행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출관리에 나서는 만큼 대출문턱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