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 완수·산업은행 경영평가 조건 만족해야
㈜한진-경방 경영권 분쟁 가능성…3자연합 껴 판 커질 수도
   
▲ 지난해 IATA 총회에 참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하루가 멀다 하고 한진그룹 안팎으로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면서 조원태 회장이 내년에도 숨가쁜 일정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이와 관련된 한국산업은행과의 경영 정상화 약정, 새로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진과 경방 간 경영권 분쟁 탓에 비상 경영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M&A는 내년 중순 경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한진칼의 산업은행에 대한 신주발행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한진칼은 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자사 지분 10.66%와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산업은행에 넘겨줬다.

이렇게 마련한 현금 8000억원은 대한항공에 대여 형식으로 넘어갔다. 대한항공은 이 중 3000억원을 산은 개설 아시아나항공 명의 계좌에 인수 계약금으로 예치해둔 상태다.

이달 말에는 3000억원 수준의 아시아나항공 전환사채(CB)를 매입한다. 내년 3월에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계약 이행 중도금 4000억원을 추가로 낸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상당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내년 6월 경 M&A 등 통합 절차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한진칼 경영진은 산업은행과의 확약대로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산은은 한진칼 경영진과 약정을 체결하며 △경영진 해임요구권 △사외이사 3명 추천권 △윤리경영·경영평가위원회 조건 이행 등을 명시했다. 이와 같은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조원태 회장은 산은에 5000억원을 배상해야 하며 경영권 박탈 등의 책임을 지게 된다.

조 회장에게 있어 최대 경영 난제는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었다. 3자연합의 지분율은 46% 정도로 40% 안팎에 불과했던 조 회장 측보다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3자연합은 대패했다는 평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법원 결정으로 3자연합은 영향력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라며 "이들과의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 단계"라고 평가했다.

이와 같이 그룹 경영권 분쟁 이슈가 사라지는가 하면 또 새로운 불씨가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종합 물류기업 ㈜한진은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 중 하나다. 이 회사의 2대 주주로 있는 사모펀드 HYK1호펀드는 지난 8일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 관련 내용 증명을 한진 이사회에 송부했다.

HYK1호펀드는 HYK파트너스가 세운 사모펀드다. 이 펀드의 실질적 주인은 섬유업체 경방이다.

경방은 올해 9월 ㈜한진 주식 96만4000주를 취득해 HYK1호펀드에 전량 처분한 바 있다. ㈜한진 측은 "주주제안이 접수된 만큼 내용 검토에 착수한다"는 입장을 밝혀뒀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언급됐기 때문에 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뒤를 이어 ㈜한진 역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KCGI를 비롯한 3자연합과 경방이 연합 세력을 이룰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KCGI의 주요 투자처인 조선내화가 경방 지분 3%를 들고 있어서다. 때문에 KCGI와의 싸움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덧붙여 김담 경방 회장과 이인옥 조선내화 회장은 미국 브라운대학교 동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중차대한 이슈들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내년인 2021년에도 살얼음판 경영을 피하기 어렵게 돼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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