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의 새로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대체로 ‘이란 식 해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초대 국무장관에 토니 블링컨,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이크 설리번이 기용되면서 과거 이들이 수행한 이란핵 합의가 첫 번째 해법으로 떠올랐다.
다만 북한은 다시 협상에 나설 때 ‘핵군축 협상’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북핵 해결에 새 기회가 열릴지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지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와 설리번 안보보좌관 내정자는 과거 이란핵 합의를 수행한 인물이다. 특히 블링컨 내정자는 지난 9월 미국의 CBS방송 대담 프로그램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를 언급하며 “나는 북한과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활동 및 핵능력을 억제하면서 그 대가로 경제제재 완화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해졌다.
과거 이란에 주어진 의무는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원심분리기 수를 줄이고, 원자력 발전에 쓸 용도로만 우라늄을 저농축하고, 우라늄 비축량도 줄이는 것이었다. 그 대가로 미국 등이 석유 금수와 해외자산 동결 등 경제제재를 해제했다.
또 이란은 장기적으로 최대 25년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우라늄 농축 공장 등 관련 시설에 대한 감시와 사찰을 받도록 했다. 특히 협정 위반 시 다시 제재할 수 있는 ‘스냅백’ 조항도 포함시켰다.
블링컨은 2019년 1월 미국 CBS뉴스 인터뷰에선 “가까운 시일 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군비통제와 점진적인 군축 절차의 시행”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단 북한의 ‘핵동결’로 거래를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핵동결로 일정한 보상을 한 뒤 다음 거래를 모색해본다는 점에서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해법에 해당한다.
|
|
|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뉴스1·바이든 당선인 트위터 |
북한은 그동안 소위 ‘리비아 식 해법’으로 불리는 ‘선 비핵화 후 보상’을 거부하고 북미 쌍방이 단계적‧동시적으로 주고받는 방식을 주장해왔다. 미 대선 이후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는 북한이 내심 새로운 협상 방식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핵동결로 시작하는 이란 식 해법이 자칫 미국의 안보 위협만 제거하고 한반도의 핵위협은 방치하는 ‘제2의 전략적 인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능력 제한 정도로 협상 목표를 내려잡을 수 있다는 우려이다.
북한이 핵군축 협상을 고수할 경우 그 대가로 한미군사훈련 폐지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북핵 대화가 난항을 겪으면서 좌초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핵폐기 약속도 없는 상황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는 물론 미국의 대북제재 하나도 풀 수 없는 상황도 예견된다.
특히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안에서 사찰을 다 받았지만 북한은 이미 NPT를 탈퇴한 상태로 이란과 달리 핵탄두까지 개발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 식 해법이든 핵군축 협상이든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고,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아주 힘든 여정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고별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도 “북한이 핵폐기 목표와 로드맵 합의를 거부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처음으로 외국인을 납치하고 수감해 고문하는 북한인권 현실을 지적하면서 “새 팀(바이든 행정부)와 모든 경험 및 힘들게 얻은 지혜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일단 북핵 대화를 추진해보고 진전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고도의 대북 압박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재의 고삐를 더욱 죄는 것은 물론 특히 인권 문제에 채찍을 들어 압박을 강화할 경우 동북아 정세는 예측 불허 상황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