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 우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일부 오르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도 일제히 올랐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 속에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수요자들의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특히 당국의 대출규제로 전 금융권의 대출심사가 더욱 까다로워 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취약 차주들이 '울며겨자 먹기'로 고금리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전날보다 0.03%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지난달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0.90%로 전월대비 0.03%포인트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연 2.76~3.96%에서 2.79~3.99%로, 우리은행은 연 2.73~3.83%에서 연 2.76~3.86%로, 농협은행은 연 2.66~3.67%에서 연 2.69~3.70%로 상향 조정했다.

코픽스 연계 주택금리를 매일 산출하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금리도 올랐다.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삼는 신한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2.45~3.70%로 0.06%포인트 한 달 전보다 인상됐다. 금융채 6개월물을 기준으로 삼는 하나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2.686~3.986%로, 지난달보다 0.073%포인트 올랐다.

코픽스는 예‧적금과 은행채 등 국내 주요 8개 시중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이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은행이 그달 새롭게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돼 시장금리 변동사항을 빠르게 반영한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올랐다는 것은 최근 들어 금융채와 정기예금 등 수신 금리 상승이 즉각 반영되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은행으로서는 원가가 오른 셈이어서 신규취급액 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 대출금리도 오르게 된다.

은행권은 최근 '연말을 앞두고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더욱 엄격히 나서 달라'는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은행은 이미 지난 10월 이후 신용대출 우대금리 축소와 한도를 선제적으로 조정해 왔는데, 추가적인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대출 수요자들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 14일부터 고신용자인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의 신용대출 한도를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였고,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대출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분위기에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취약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의 대출문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며 "대출규제로 인해 전 금융권의 대출심사가 더욱 까다로워 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취약 차주들이 울며겨자 먹기로 고금리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