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주식투자 열풍이 끝날 줄 모르는 가운데 빚을 내서 투자하는 세칭 ‘빚투’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융자잔고는 최근 19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순매도 흐름을 지속하며 상반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주식투자에 나서는 흐름이 최근 들어 다시금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4일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잔고가 사상 최초로 19조원을 넘겨 19조 4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사상 최초로 18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불과 2주도 안 되는 사이에 다시 1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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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신용융자잔고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을 의미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초반이던 지난 3월까지만 해도 6조원 수준에 머물렀던 신용융자잔고는 9개월 만에 무려 3배 수준으로 급증한 모습이다.
급격한 ‘빚투’ 증가에 증권사들은 신규 신용융자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난 10월 말에는 신용융자잔고가 16조 4000억원 수준까지 감소하기도 했지만, 지난달부터 국내 증시가 다시 탄력을 받고 이달 들어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자 신용융자잔고가 따라서 늘어나는 모습이다.
반면 최근 들어 5거래일 연속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 흐름을 보이고 있어 대조적인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팔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빚을 내서라도 그 물량을 받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단기적으로 국내 주식에 대한 전망이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배당시즌에 연초 효과까지 겹치면 적어도 내년 1월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 증권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중에는 코스피 지수가 내년에 3000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빚을 내서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투자의 질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에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에게 빚을 내주는 증권사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리면서 증권사들은 다시금 신용융자 ‘중단’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선 삼성증권이 ‘신용공여 한도 소진’을 이유로 신용융자 매수를 일시 중단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KB증권도 지난 2일부터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대한 증권담보대출을 중단한 상태이며, 한화투자증권 역시 지난 10일부터 주식, 채권, 펀드에 대한 담보대출 및 신용융자 전체를 멈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빚투’가 최근 다시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신용융자를 중단하는 증권사 역시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주가지수는 언제라도 급락할 수 있는 만큼 빚을 내서 나서는 투자에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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