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처형 판결문도 이것보단 낫다" 비판 봇물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퇴임 후 봉사' 발언을 "지휘하는 수사에 정치색을 입히는 것이며 검사의 본분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17일 징계의결서에 따르면 검사징계위는 윤 총장에게 인정한 징계사유 4가지에 대한 징계양정 판단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징계위가 인정한 혐의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가지다.

징계위는 정치적 중립 훼손 부분과 관련해 "징계 혐의자가 퇴임 후 정치활동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징계혐의자가 선택할 일"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윤 총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정치활동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발언을 해 징계 혐의자의 정치적 중립을 더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말 한 언론사는 실시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이를 알고도 후보 명단에서 빼 줄 것을 요구한 것과는 다르게 올 8월 이후엔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도 징계 사유로 삼았다.

이에 징계위는 "징계 혐의자가 지휘하는 수사에 정치적인 색채를 입히는 행위였다"며 "그 결과 수사를 담당하는 많은 검사들에게도 동일한 의심을 가게 하는 일이었다"고 밝혀뒀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어떤 경우에도 넘어서는 안 되는 검사의 본분을 넘어버렸다"고 적시했다.

소위 '판사 사찰 의혹 문건'과 관련, 징계위는 "악용될 여지가 농후한 법관의 개인정보를 수집·배포하는 행위는 일상적으로 여론 비판에 직면해야 하는 법관을 위축시켜 그 결과 전체 법관 사회를 건강하지 못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적어놨다. 또한 "좋은 판결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게 하는,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명기했다.

해당 문건에는 '모 판사가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됐다'고 기재된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선 "공판 검사들이 재판기록에서 확보했거나 속칭 '사법농단' 수사팀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중 해당 정보를 그대로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채널A 사건의 감찰 방해 혐의를 두고는 윤 총장이 "불과 수년 전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지 못하게 했던 당시 윗선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비난했다.

또 "최측근 관련 사건이었으므로 당연히 스스로 회피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고집했다"며 "국정원 댓글을 수사하던 징계 혐의자였다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일이 이뤄졌다"고 기록했다.

징계위의 이 같은 양정 판단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상상력을 동원한 징계의결서'라는 비판적 반응이 터져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닌 추정과 여러 가정을 전제로 양정을 판단했다는 것과 다름 없다"며 "한 나라의 검찰총장을 징계하며 이렇게 허접한 양정 이유를 댈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검사는 "북한 장성택 처형 판결문도 이것보단 낫다"고 비판 수위를 올렸다.

이복현 대전지검 형사3부장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은 수사팀 전원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수사와 공판에 수년간 매달린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장은 "채널A 사건은 정부 여당과 법무부 장관 모두가 사전에 그 성격을 규정해 맹공을 퍼부은 사건"이라며 "어떻게 감히 댓글 수사를 못 하게 했던 상사들 모습과 지금 상황을 비교하느냐"고 공개비판했다.

채널A 사건 수사 당시 대검 형사1과장을 지낸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도 "객관적 사실관계에 어긋나거나 어느 관계자들의 일방적 주장이나 진술만을 기초로 왜곡돼 있다"고 일갈했다.

검찰 내에선 법무부가 징계의결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추미애 법무장관은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내세우며 국회에 공소장 제출을 거부했는데 윤 총장의 징계의결서를 제출한 저의가 무엇이냐"며 "피의사실 공표 금지도 결국 자기 편에만 적용되는 고무줄 법칙"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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