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의사소통 힘든 점 고려
   
▲ 경찰 로고./사진=경찰청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지난 6월 일가족 3명이 사망한 경기 가평군 주택 화재 사건에서 방화 혐의를 받던 막내 아들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에 따라 화재 원인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7개월간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불을 질렀다'는 막내아들의 자백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인 그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고 다른 증거도 없어 처벌하기 어렵다고 봤다.

사건은 지난 6월 23일 오전 1시 경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의 한 주택에서 발생했다. 원인 불상의 화재 발생으로 82세 씨와 65세 부인 B씨, 51세 아들 C씨가 숨졌다. 현장에서 안 보이던 46세 막내아들 D씨는 불이 진화된 후인 오전 5시 40분께 흉기를 들고 현장 주변을 배회하다 발견됐다.

흉기에는 혈흔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새벽에 홀로 집에 없었던 점 등으로 미뤄볼 때 D씨에게 방화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D씨는 조현병 증상이 심각해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경찰은 D씨를 입원 조치했고 현장 조사에 집중했다.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들은 합동 현장 감식·사망자 시신 부검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사건 경위 파악에 도움이 될만한 단서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화재 현장 반경 수백미터 내 CCTV 자료도 없고 D씨나 다른 용의자 행적에 대한 목격자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 경찰 조사를 받던 D씨가 "자신이 불을 질렀다"고 진술해 사건의 전말이 풀리는 듯했다.

D씨는 벌레가 많아 옷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방안에 던져두고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또 흉기는 귀신을 쫓기 위해 들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D씨의 진술을 검증하기 위해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의류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연소가 확대되는지 시험까지 했다.

그러나 불이 잘 붙지 않아 집안을 전소시킬 정도의 큰 화재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발화점이 거실로 추정된다는 감식 결과와 방 안에 방화했다는 D씨의 진술도 배치됐다.

경찰은 전문가 자문을 통해 D씨 진술의 신빙성 확보와 사건 실체 규명에 힘썼다. 결국 경찰은 의사소통조차 힘든 D씨의 진술만으로는 기소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했고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사건 수사가 완전 끝난 건 아니고 검찰 판단에 따라 추가적인 보완 수사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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