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며 경제·산업 전반을 초토화 시켰다. 이 중 B2C 사업을 주 먹거리로 하는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항공사들과 지상조업사들이 줄도산을 면치 못했고 국내에서도 형편은 비슷하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인수합병(M&A),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항공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미디어펜은 항공업계 결산시리즈를 통해 올 한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심층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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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여객기들./사진=미디어펜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올해 항공업계 작황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또 대형 빅딜들이 무산되거나 정부 지원으로 이뤄지기도 하면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지상조업사들은 항공사들의 그늘에 가려져 볼멘소리를 낸 한 해였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각 항공사들의 영업손실은 사상 최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시 대비 여객 수요가 90% 이상 빠졌고 수요가 없어 운항을 하지 못해 고사상태다. 지난해에는 반일불매운동의 여파로 고초를 겪은 항공사들이 올해는 코로나19로 수입이 없어 고전하는 모양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액은 대한항공 1174억원,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 에어서울을 포함해 2552억원이다. 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 등 3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누적 영업손실 총합은 3900억원 수준이다.
각 항공사들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정부 당국에 신청했고 유급 또는 무급 순환 휴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아울러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각종 유휴자산을 시장에 내놔 현금 확보에 몸이 달아있다.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은 기내식·기판 사업부를 따로 떼내 '대한항공씨앤디'를 차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지분 80%를 넘겼다. 이 외에도 한진그룹 차원에서 △제주 연동 사택 △왕산레저개발 △제동레저 △칼 리무진(KAL LIMOUSINE) 매각 등을 통해 실탄 장전에 전념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부지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는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다소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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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갈 길 가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연합뉴스 |
그런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하던 제주항공은 올해 7월 초 전격 포기 선언을 했다. 올해 5월 기준 이스타항공 자본 잠식률은 214.5%를 넘는 등 완전 자본잠식상태였고 7월 기준 체불 임금과 밀린 항공기 리스료 등을 합치면 1730억원대의 빚을 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제주항공 재무 사정도 동시에 악화되고 있어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가 158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한 점과 제주항공 제2대 주주인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주권익 훼손을 이유로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는 점도 인수 포기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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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사진=연합뉴스 |
빅딜이 무산된 건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2월부터 아시아나항공에 실사단을 파견하며 인수를 저울질 해왔다. 현대산업개발은 물류에 욕심을 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제주항공이 써냈던 액수보다 두 배 가량인 2조5000억원을 써냈다. 재계에서는 건설기업 특성상 현산이 현찰 부자라 한들 10조원대 부채를 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감행할 경우 동반 부실을 우려했다.
시간이 갈수록 협상의 진척을 보이지 않자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인수가격 1조원 할인이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정몽규 현산 회장은 장고를 거듭하다 결국 계약 파기에 이르렀고 아시아나항공 주인 금호산업과 주 채권자 산업은행은 현산을 상대로 인수 계약금 2500억원 몰취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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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이렇게 엎어진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표류하는가 싶더니 한진그룹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경영난과 경영권 다툼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진그룹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올 초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용히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 방정식'은 산은이 한진칼에 8000억원을 내주고 이 유동성은 대한항공으로, 다시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실시해 아시아나항공으로 흘러가는 구조로 이뤄진다는 게 산은과 한진그룹 관계자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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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한국공항 소속 지상조업 차량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주차돼 있는 모습./사진=미디어펜 |
사정이 어려워진 건 항공기를 띄우는 항공사 뿐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공사들을 지원하는 지상조업사들도 돈줄이 말랐다.
코로나19 사태로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 직원 급여 마저 줄줄이 깎이는 대참사가 생겨났다. 한진그룹 지상조업계열사 한국공항은 올해 4월 기준 여객과 화물을 모두 합쳐 처리 물량이 예년의 3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샤프에비에이션케이 관계자도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항공사들과 달랐던 점은 정부의 관심 유무였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항공사들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당국의 지원도 나름대로 잘 받았지만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지상조업사들은 무시받기 일쑤였다. 국토교통부는 이들의 아우성에 계류장 사용료를 20% 깎아줬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시 아시아나에어포트 관계자는 "지난해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 475억원을 납부했는데, 정부는 지원금 7000만원을 제시하더라"며 "민간업체는 고사하는 판에 생색은 정부와 공항공사들이 낸다"고 푸념했다. 실제 이스타항공 지상조업자회사 이스타포트는 폐업처리돼 실직자가 대거 발생했다.
지상조업사 관계자들은 "△견인(토잉) △급유 △기내식 공급(캐이터링) △정비 △화물 적재 △승객 체크인·수송 △공항 순찰·보안 △소방 등 다양한 항공사 업무를 대행해주는 우리 또한 항공업계 일원임을 주무부처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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