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규모의 경제' 달성
독과점 우려·노조 반발·부채 비율 저감은 과제로
LCC, 1강 4소 체제로 재편…중대형 기재 통한 화물사업 강화
치킨 게임 우려는 여전히 남아 수익성 제고 방안 찾아야
한진그룹-아시아나 지상조업사·전산관리회사 통합 가능성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며 경제·산업 전반을 초토화 시켰다. 이 중 B2C 사업을 주 먹거리로 하는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항공사들과 지상조업사들이 줄도산을 면치 못했고 국내에서도 형편은 비슷하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인수합병(M&A),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항공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미디어펜은 항공업계 결산시리즈를 통해 올 한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심층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국내 항공사들은 터뷸런스(난기류)에 시달리고 있다. 급격한 시황의 악화로 이스타항공은 사경을 헤메고 있고 나머지 항공사들은 인수·합병(M&A)을 앞두고 있고 항공화물운송에 힘을 쏟아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여전히 항공사들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 항공사들의 독점 논란, 노동조합의 반발 등은 항공업계가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국내 항공업계 '빅뱅' 예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효과와 해결 과제는

1 FSC, 5 LCC. 코로나19 사태를 거쳐 국내 항공업계가 재편되고 나서 보이게 될 국내 항공 시장 모습이다.

지난달 1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한다고 알려지면서 항공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국적 거대 항공사간 M&A가 이뤄진다는 것은 국내 항공 시장의 지각변동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기 때문이었다.

두 항공사가 한 회사로 거듭날 경우 국내 관련 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진다. 11월 기준 △대한항공 163대 △진에어 28대 △아시아나항공 70대 △에어부산 27대 △에어서울 7대 등 한진그룹이 보유하게 될 여객기·화물기 총합은 295대다. 

항공산업 주무부처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있고 제3자 매각도 불투명해 대한항공으로의 매각은 위기 극복·발전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수치인 '국제 여객 RPK' 기준 '통합 대한항공'은 여객 기준 세계 7위, 화물 수송면에서는 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단순 계산법에 따라 자산 규모는 40조원, 매출은 19조1000억원으로 더욱 커진다. 글로벌 메가 캐리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한 회사가 될 경우 노선 운수권이 늘어나며 마일리지 통합 등 소비자들의 편익도 동시에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가져다 주는 이점이다.

한국산업은행과 국토부가 한진그룹의 항공 전문성을 인정해 통합 FSC를 갖추게 해줬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 사의 국제선·국내선 점유율은 각각 72.0%, 66.4%. 독과점에 따른 항공요금 인상·소비자 편익 저해 우려가 일 가능성이 크다는 부정적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지난해 IATA 총회에 참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독과점 우려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글로벌 7위 메가 캐리어가 나온다는 분석 자체만으로도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항공권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항사·LCC와 경쟁을 벌이는 만큼 급격한 항공 운임 인상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소비자 편익 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적극 관리하겠다"고 피력했다. 이와 같이 시장 내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조원태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 경영진이 독과점 이슈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는 평가다.

정리해고를 우려해 통합을 반대하는 두 항공사 노동조합들의 반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업계에서는 노조를 설득하지 않으면 통합 작업에 진척을 내기 힘들다고 보고 있는 만큼 조 회장 이하 경영진이 자주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에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부채 문제 해결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자본 잠식률은 56.3%. 자본잠식률이 연말 기준 50%를 넘어가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조건을 충족한다. 2년 넘게 같은 상태가 이어질 경우 상장 폐지 심사까지 가능하다는 게 여의도 증권가 중론이다.

   
▲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율은 항공기 리스료로 인한 부채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2291%로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항공도 부채율 1000%대여서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 더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 하면 재무 구조가 더욱 취약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때문에 한진칼이 산업은행과 인력 해고 없는 구조조정을 약정한 만큼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빠른 시일 내 이뤄져야 한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FSC 통합이 가져올 LCC 위상 변화와 코로나 출구 전략

LCC 업계는 국토부 운항 증명(AOC) 발급사 기준 1강 4소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1개 회사로 통합될 것이라고 밝힌만큼 기존 'LCC의 제왕' 제주항공의 위상이 다소 밀릴 것이라는 점을 예측해볼 수 있다. 통합 LCC가 보유하게 될 항공기 수는 62대, 제주항공은 45대다. 일부 리스기를 반납한다 해도 고용유지·취항지 다양화 등 기재 운용 효율 제고 차원에서 쉽사리 보유 항공기 수를 축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에어버스 A330-300./사진=티웨이항공


항공기 28대를 운용하는 티웨이항공은 호주·크로아티아·호놀룰루·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중장거리 노선에 뛰어들겠다며 끊임없이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한다는 뜻을 꾸준히 밝혀왔다. 이와 관련, 티웨이항공은 이달 21일 A330-300 도입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공표했다.

이른바 '탈 LCC'를 목표로 한다는 게 티웨이항공 측 전언이다. 기존 대비 덩치가 큰 항공기를 들여오는만큼 본격 항공화물사업 확대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벨리 카고(Belly Cargo)를 통해 동남아·대만·일본·홍콩 등 국제 화물운송사업을 해온 티웨이항공은 20톤까지 적재가 가능한 A330-300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 한진그룹 지상조업사 한국공항(KAS) 소속 직원들이 B777-200ER 항공기 밸리 카고에 화물을 적재하고 있는 모습./사진=진에어


LCC 화물사업면에서는 종합물류기업 한진그룹을 모회사로 둔 진에어 역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진에어는 올해 추석 이후 국내 LCC 최초로 중대형 여객기 B777-200ER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해 미국 LA까지 띄우는 등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섰다.

초기에는 벨리 카고를 활용해 15톤 가량 적재했으나 화물 처리량이 늘어 국토부 승인을 얻어 좌석 탈거 작업을 진행해 추가 적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적자폭 축소가 가능할지 기대해볼만한 부분이다.

   
▲ 제 갈 길 가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연합뉴스


올해 7월 제주항공과의 M&A가 완전 엎어진 이스타항공은 여객기 6대를 제외하고는 리스사에 반납한다. 사세가 급격히 줄어드는 셈이나 부채비율 등 심각한 경영난에서 헤어나오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호남권 건설사가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 만큼 이스타항공이 내년 중 다시 하늘길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플라이강원은 임차기 787-800 3대 중 2대를 반납했다. 이와는 별개로 내년 중 중형 항공기 1대를 도입한다고 하나 경영난이 심각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와 같이 LCC 수가 다소 줄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쳤던 치킨 게임이 완화될 전망이나 아직까지도 과다하다는 평가도 있어 시장 과열 재발 가능성은 상존해있는 것도 사실이다.

   
▲ 대한항공·한국공항 소속 지상조업 차량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주차돼 있는 모습./사진=미디어펜


지상조업계에서도 일부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연결 탑승수속서비스가 시작됐다. 이는 수하물 연결과 좌석 배정, 탑승권 발급도 한 곳에서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맞춰 한진그룹 지상조업사 한국공항과 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사 아시아나에어포트가 하나로 합쳐지는 건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지상조업 시스템 운영에 있어선 항공전산관리를 맡고 있는 자회사들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한진정보통신-아시아나IDT 합병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