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진의 기자]투기와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올해도 다섯번의 규제 대책을 쏟아내며 시장 안정을 도모했지만 결국 참담한 패배로 끝났다.
대책이 쏟아질때마다 누르는 지역은 잠시 안정을 찾았지만 인근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해 역풍이 지속됐다. 심지어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3법은 역설적으로 전세대란을 야기했다.
|
|
|
▲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사진=청와대 |
정부는 당초 지난해 말부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양도세·종합부동산세 강화, 재건축 규제, 투기지역 지정, 전매제한 강화, 분양가상한제, 자금출처 조사 등 취득·보유·양도 등 규제를 촘촘히 가했다.
하지만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기대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진 투자수요가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이어졌다.
당시 땜질식 부동산 대책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또다시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풍선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났고 재차 또 다른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갔다. 두더기잡기 놀이에 불과했다.
그러자 정부는 6개월 뒤 초강력 6·17 부동산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6·17 대책은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등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법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며, 전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구입자 중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는 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부과하는 강력한 규제 대책이다.
여기에 2021년부터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인상과, 종합부동산세의 최고세율을 6%로 강화하고,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인상한 7·10대책이 연이어 쏟아졌다.
하지만 부작용은 심하게 나타났다. 수도권 비인기 지역도 무차별적으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고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면서 시장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아파트 청약을 받고 빠듯하게 중도금과 잔금을 맞춰놓았던 실수요자들도 갑자기 대출이 줄어들면서 길거리로 내몰릴 상황까지 갔다. 이에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고 급기야 정부 지지율에도 영향을 주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충분한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나친 규제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이에 정부는 8.4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에는 수도권 신규택지 13만2000가구 공급,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및 기존사업 고밀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 규제완화 등을 통한 도심공급 확대, 기존 공공물량 분양 사전청약 확대 등이 담겼다.
|
|
|
▲ 항공에서 내려본 서울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
하지만 임대차3법 개정안이 빠르게 국회 문턱을 넘었고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8월 초부터 본격 시행됐다. 갑자기 변화된 임대차 시장에서 혼란은 불가피했다. 집주인 우위의 전월세 시장이 형성되면서 전셋값은 불길처럼 타올랐다. 미친 전셋값에 차라리 집을 일단 사야 한다는 '패닉바잉'까지 겹치면서 매매시장까지 끌어올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안정세를 보였던 전국 아파트 전세시장은 올해 들어 가장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저금리에 따른 전세의 월세 전환속도가 빨라졌고, 새임대차2법이 시행되면서 재계약이 늘어 전세 매물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매매값까지 끌어올려 2020년 7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최초 1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달 기준 서울 25개구 가운데 강남, 서초, 송파, 용산 성동구 등 12곳에서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11월 19일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향후 2년간 수도권에 11만4000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도심에 임대주택을 활발히 공급하는 건설사에는 공공택지 우선권도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의도 내놨다. 해당 대책은 전세형 임대주택을 2022년까지 다세대·오피스텔로 공급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세대 위주로 물량이 확보되다 보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다. 임대차시장의 전세불안을 걷히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같이 실수요자들은 내집마련이 어려워지자 분양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대부분 수요자들이 분양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역대급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12월 분양한 부산 수영구 남천동 '힐스테이트 남천역 더퍼스트'는 청약 경쟁률이 평균 558대 1을 기록했다. 게다가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던 경기도 과천지식정보타운 과천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에서는 청약 만점 통장이 나오기도 했다.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데다 분양물량까지 줄어들면서 희소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끊임없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힘썼다고 하지만 패배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 정부는 급기야 국토교통부 수장도 갈아치웠다. SH와 LH에서 사장을 지내며 주택 공급 실무를 진두지휘한 변창흠 LH전 사장이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변 내정자는 최근 국토부 기자단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공급 확대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울에서도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빌라 밀집지대 등 저밀 개발된 곳에 공공개발을 전제로 한 파격적인 규제특례를 주고 고밀 개발함으로써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로또 청약' 문제를 해결하고 돈이 없거나 대출받기 어려운 이도 청약시장에서 외면받지 않도록 '공공자가주택'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대책을 내놔도 끊임없이 부작용과 풍선효과가 지속되는 만큼, 그에 따른 실수요자, 서민들이 피해보지 않도록 세밀한 대책이 더 필요하다"며 "국토부 수장이 바뀐만큼 향후 나올 대책들과 그에 따른 시장 방향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