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자동차 업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기본금 동결'이라는 조건으로 속속 타결되며 해빙무드로 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업체별로 차이를 보이며 노사간의 큰 진통으로 손실을 입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악재로 경영상 어려움에 고통분담을 해야 한지만 여전히 잔존하는 집단 이기주의가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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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 /사진=미디어펜 |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한국지엠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하며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기아자동차 노사도 기본급 동결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오는 29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르노삼성자동차만 교섭이 중단된 채 해를 넘기게 될 상황이다. 연말연시라는 시기적인 상황 때문에도 내달 중순은 되어야 교섭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임단협 교섭의 시작은 역시 쌍용차 노사였다. 2010년 이후 11년 연속으로 무분규 임단협 타결릉 기록하고 있는 쌍용차는 지난 4월 일찍 노사의 별다른 이견차이 없이 임금동결에 합의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조인식까지 단기간에 마무리 지었다.
노조는 회사측의 경영쇄신 방안에도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대주주 마힌드라의 지원마저 끊기며 극심한 유동성 위기속에 고용불안이 심호됨에 따라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통한 고용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노사가 공감한 결과다.
다음으로는 현대차 노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성과급 150% 및 코로나 위기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조건으로 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최종 타결했다.
지난해 말 출범한 중도·실리 성향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도부는 교섭 과정에서 파업 등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자제하면서도 기본급 동결의 반대급부로 우리사주 등을 받아냄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 노사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갈등은 회사에 피해도 미쳤다.
한국지엠과 기아차 노조는 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하며 회사에 손실을 끼침은 물론, 코로나19로 어려운 협력사들까지 궁지로 몰았다. 조합원들 역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기간 동안 임금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이달 초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이후 다시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18일 올해 임단협을 최종 타결했다. 노조 파업과 1차 잠정합의안 부결에도 '기본급 동결'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기아차 노사도 지난 22일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150만원, 잔업 복원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아직 조합원 찬반투표가 남았지만, 설령 부결되더라도 기본급 동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노조가 강하게 요구했던 부분이 잔업 복원을 통한 실질임금 향상이었던 만큼 노조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더라도 잔업 복원과 관련한 세부 내용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양사모두 파업을 단행한 만큼 손실역시 크게 입었다. 업체의 파업도 문제였지만 하청업체들의 손해가 막심했다. 일부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까지 몰아넣은 만큼 적극적으로 선전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제는 르노삼성 노사다. 지난 7월부터 올해 임단협 교섭에 착수했으나 9월 6차 실무교섭 이후 3개월째 교착 상태다.
그 사이 르노삼성 노조는 금속노조 가입을 시도하다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실패했고,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는 등 강성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지도부 및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기존 박종규 위원장이 연임하며 이후의 교섭 일정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과 일시금 700만원 지급, 노조 발전기금 12억원 출연, 휴가비·성과급(PS) 인상 등을 요구한 상태다. 사측은 미국향 닛산 로그 수탁생산계약 종료 등으로 11월 판매가 반토막(48.7% 감소)나는 등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기본급 인상과 과도한 일시금 지급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측은 이런 상황에 부담을 느껴 교섭 일정을 미루고 있다. 최근 노조 측에 내년 1월 초 교섭을 재개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임단협이 해를 넘기는 게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계 대표 기업인 현대차 노사도 기본급 동결에 교섭을 타결할 만큼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완성차 업체들 중 가장 실적이 좋지 않은 르노삼성이 임금을 올리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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