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전쟁터라잖아, 밖에 나오면 지옥이다."

직장인 사이에서 한드 열풍를 일으키고 있는 케이블TV 드라마 '미생'에서의 명대사다. 계약직이 됐던, 정직원이던, 회사에 남아 있던 떠나던, 삶은 모두에게 만만치 않다.

   
▲증권가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올 한해 증권사 직원 750여명이 감원됐으며 통폐합을 통한 지점 10개가 사라졌다. /사진=뉴시스
이 말은 지금의 여의도 가(街)에 어울린다. 겨울 한파보다 더 매섭다.  저금리, 저성장의 어두운 그늘이 증권사들을 덮쳤다. 실적이 저조한 지점은 통폐합 회오리에 갇혔고 주변 동료들의 자리는 텅 비운지 오래다.

어느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증권가의 현실을 한 마디로 압축 했다.

"여의도는 죽었다."

19일 증권사들에 따르면, 올 한해 증권사 인원 최대 750여명 정도가 감원됐다. 또 그들의 일터전이던 지점 역시 10개 안팎으로 감소됐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이 478명(희망퇴직300여명)을 감소하면서 시작된 구조조정은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 대신증권, HMC투자증권 등으로 확산됐다.

특히 올해 유난히 구조조정의 한파가 본격화 되면서 각 회사들의 직원수가  작년에 비해 급격히 쪼그가 들었다.

삼성증권의 경우 1년 동안 558명이 감소됐다. 또 회사채와 기업어음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이었던 구 동양증권은 유안타증권으로 새로 태어났지만 지난해 비해 745명이 줄어들었다. 최근 주주총회를 열어 NH농협증권과 합병안을 가결한 우리투자증권도 작년보다 357명이 줄었으며 농협증권도 167명 줄었다.

사람이 없으니 일을 할 곳도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됐다. 유안타증권은 작년 12월말 121개였던 지점이 현재 82개만 남아있다. 우리투자증권과 농협증권도 각각 23개, 3개 지점이 축소됐다.

앞으로도 끝나지 않은 구조조정과 기업간 합병에 내년에도 인원감축, 지점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년 경제전망 역시 올해와 다를바 없다는 정부나 연구소의 예측이 나오고 있으며  금융투자업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은 국회에서 잠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몇년간 쌓여온 경기침체 피로도가 쌓에 체감하는 경기는 올해보다 오히려 더 나쁠 것"이라며 한탄했다.

한편, 이례적으로 직원이 100여명 증가한 곳도 있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작년 864명에서 현재 967명으로 증가했다. 초대형거점점포 전략이라는 역발상이다.

메리츠증권 측은 "전국에 거점을 소규모로 여러개 두는 것이 아니라 초대형으로 크게 운영하는 것"이라며 "지점이 5개로 줄어들었지만 규모는 전보다 커졌다. 전에 비해 성적이 좋게 나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 전략이 성공적이라는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내년도 새로운 점포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리테일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해 초대형 점포운영이 필수적이라 판단"한다며 "초대형 거점 점포인 종합금융센터를 광화문과 여의도에 신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