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이 지난 14일 국회를 통과한 이후 국내외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의 정치권과 인권단체도 우려를 표출하고 있는 것.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 입법’이라는 것이 주요 지적이다.
유엔 북한인권보고관은 국제인권표준을 준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고, 징역3년형으로 처벌하는 조항이 과하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를 예고했다. 미 국무부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북한에 자유로운 정보가 계속 유입되어야 한다”는 말로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영국에서도 보수당 인권위원회가 자국 외무부에 법안 공포 재고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캐나다 정치권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벨기에 국제인권단체는 유럽연합(EU)에 한국정부에 대해 항의할 것을 요청했다. 독일 인권단체는 자국의 외무부에 대북전단금지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우리정부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대북전단금지법의 주요 취지로 내세웠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법 제정을 발표해 ‘북에 굴복했다’란 인상을 줬다. 게다가 '표현의 자유'란 기본권을 제한하면서 징역형의 처벌 조항을 달아 반발을 키웠다.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을 발표한 것은 북한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이 지난 6월 4일 담화를 내고 “법이라도 만들라”며 발끈한 직후였다. 당시 정부는 이전부터 준비해오고 있었다고 했지만 2018년 4월27일 판문점선언 이행을 내세우기엔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것이 사실이다.
김여정 1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면서 이를 막지 못한 남한정부가 판문점선언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판문점선언의 2조 1항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중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여정 담화 이후 이어진 북한의 도발은 상당한 위협이었다.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고, 총참모부 대변인은 전 전선에서 대남 삐라를 살포하겠다며 이를 군사적으로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더욱 크게 염려할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김여정 하명법’ 논란을 반박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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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대북전단(삐라) 문제를 규탄하는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일꾼들과 여맹원들의 항의 군중집회가 9일 신천박물관 교양마당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2000.6.10./평양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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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발표가 처음 있었을 때 법조계에선 단일 법안으로 제정하기보다 현행 법체계를 강화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항공안전법 강화 방안 등이 거론됐다.
그런데 전단금지법에 ‘위반 시 징역 3년형’이라는 처벌 조항이 달렸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의 좌파정부가 가장 권위적”이라는 지적을 부른 이유가 됐다.
전단금지법은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들의 퇴장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다. 위헌 소지가 있는 법률을 제정하면서 국내 반대여론부터 설득하지 못하는 한계를 남겼다.
여기에 국제 북한인권단체는 문재인정부를 향해 북한의 인권탄압을 묵인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에 다급했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응에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이다.
게다가 통일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칼 거쉬만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장의 인터뷰 내용을 오용해 반발을 산 일도 있다. 통일부는 “전단 살포가 북한인권을 개선한다는 증거는 없다”는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거쉬만 회장도 미국의소리와 인터뷰(6월12일)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효과적인 정보유입 방법이 아니라고 밝힌바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거쉬만 회장은 “한국정부가 인터뷰를 오용한데에 대해 실망했다”면서 “한반도 평화에 가장 중대한 위협은 북한의 전체주의 정권과 핵무기, 그리고 북한주민들에게 전해지는 정보를 차단하려는 시도”라며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했다.
북한인권단체를 지원하는 미국의 대표적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거쉬만 회장은 지난 6월 미국의소리 방송과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 단체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대북전단 살포가 아주 효과적인 정보유입 방법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대북전단금지법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만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쉬만 회장은 서호 통일부 차관의 최근 기고문도 비판했다. 그는 “정보 확산을 범죄시하는 것은 서 차관의 주장처럼 더 효과적으로 인권을 향상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차관은 지난 20일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기고문에서 “북한이 남북 간 교류를 확대하고 국제사회와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북한인권 문제를 향상시키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대북전단금지법은 대통령이 재가하면 공포돼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한 '표현 방식의 제한'을 국제사회에 어떻게 설파해나갈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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