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민규 기자]“승리에 취했고, 과반 의석을 과신해 겸손하지 못했다.”
21대 총선을 압승으로 장식한 직후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부한 말이다. 그의 정계 은퇴 이후 '절대 과반'을 가진 민주당은 '거대 여당'의 힘을 과시하면서 폭주 중이다. 논의와 타협 없이 오직 다수당의 힘으로 법안을 밀어붙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민심은 싸늘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모든 정국이 검찰개혁에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으므로 코로나19 대응과 민생문제에 더 중점을 두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당의 정책 행보를 ‘검찰개혁’에서 ‘민생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지난 4월 17일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거론하며 당선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경고성 당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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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에 취했고 과반 의석을 과신해 겸손하지 못했다. 국민이 원하시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생각만을 밀어붙였다. 일의 선후와 경중과 완급을 따지지 않았고 정부와 당보다는 나 자신을 내세웠다. 그 결과 우리는 17대 대선에서 패했고 뒤이은 18대 총선에서 겨우 81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우리는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민생보다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하면서 몰락을 자초했다. 아울러 여야 관계 악화와 당내 계파 갈등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급락한 사례가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9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열린우리당 당시와 지금의 당 상황이 너무나 비슷하다. 이 전 대표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다만 아직까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있다”고 말했다.
총선을 대승으로 이끈 이후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부터 ‘겸손함’을 버렸다. 관례상 제1야당 몫이던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해 상임위 전석을 독식했으며, 1987년 민주화 이래 처음으로 반쪽 개원식을 강행했다.
이는 자연스레 ‘입법 독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개혁입법'을 명분으로 부동산 입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국정원법, 남북관계발전법, 518민주화운동 왜곡처벌법, 경제 3법 등 핵심 쟁점 법안을 모두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특히 공수처법 개정안의 경우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면서 본인들의 주장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시행하기도 전에 또다시 입맛에 따라 수정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에게 보장된 필리버스터도 강제 종결시켰다.
민주당이 독주를 강행할수록 민심은 싸늘해졌다. 그간 '거대 여당'의 의석수를 무기로 삼아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이면서 '국민 명령'이라는 당위성을 강조해 왔지만, 민심은 오히려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8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21~24일 2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29.3%,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3.8%를 기록했다. 주간 집계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국민의힘은 최대 격차로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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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8일 오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당 국회의원들이 의원총회를 마친 후,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특검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
민주당이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꼽는 공수처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공수처법 통과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54.2%가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39.6%에 그쳤다.
이를 두고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지지율 하락은 결국 지금 민주당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라면서 “지금이라도 지지율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당의 방향을 새롭게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지금 정국이 너무 검찰개혁에 중점이 되어 있다. 여당이라는 것은 민생문제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어야 되는데, 정쟁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서 “큰 틀에서 당의 운영을 민생과 코로나19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치는 먹고 사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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