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빅히트 공모 '열풍'…과열 논란도
상저하고(上低下高). 올 한 해 국내외 주식시장을 요약하는 단어다. 국내시장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식시장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3월 이후 빠른 속도로 낙폭을 회복한 주가지수는 결국 하반기 들어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들은 기록적인 호실적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라임‧옵티머스 사태라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다사다난했던 2020년 금융투자업계를 되돌아보고, 2021년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지난 7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SK바이오팜의 기록적인 흥행 이후 카카오게임즈‧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이어지는 공모주 열풍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작년의 부진을 극복하는 활황이 이어졌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면서 관련 제도의 보완도 함께 이뤄졌다.

   


1분기까지만 해도 IPO 시장은 작년의 침체 상황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3월 대폭락은 IPO 시장에도 당연히 악영향을 줬다. 이때만 하더라도 하반기에 찾아올 증시 활황은 물론 IPO 시장의 열풍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올 한 해는 상장기업만 76개사(코스피 11개사), 전체 공모규모만 5조 7888억원에 달하는 등 IPO 시장 측면에선 기록적인 성장을 이룩한 한 해였다.

IPO시장 ‘반전’의 신호탄 쏘아올린 SK바이오팜

반전의 모멘텀은 2분기부터 마련됐다. 일단 SK바이오팜의 상장이 주식시장의 큰 화제였다. 지난 7월초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SK바이오팜은 2분기까지 진행된 공모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어모았다. SK바이오팜은 수요예측과 공모 청약에서 각각 835.66 대 1, 323.03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SK바이오팜은 증거금 기준으로도 물경 31조원을 끌어모으며 IPO 시장 부활의 신호탄을 날렸다. 아울러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200% 오른 시초가에서 상한가로의 상승을 의미하는 ‘따상’이라는 용어가 확산되며 IPO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제고시켰다.

지난 9월 1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카카오게임즈의 열풍도 거셌다. 총 3840억원을 공모한 카카오게임즈 역시 증거금 58조 5000억원을 끌어모으며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아울러 카카오게임즈 또한 ‘따상’을 기록해 IPO 시장에 대한 관심도를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카카오게임즈 흥행 돌풍…빅히트는 상장 이후 주가 하락

바로 다음 달인 10월 15일, 연예기획사로는 이례적으로 코스피 시장에 직행한 ‘방탄소년단(BTS) 기획사’ 빅히트의 공모 과정은 여러 잡음을 남기기도 했다. 공모주에 청약을 넣고 투자를 하기만 하면 무조건 ‘대박’을 볼 수 있다는 식의 쏠림현상이 야기되면서 빅히트 주가가 지나치게 과대평가 돼있다는 논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빅히트의 경우 무려 58조 4000억원의 증거금이 끌어 모으며 주식시장의 핫이슈로 급부상했지만, 10월 15일 상장 직후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울러 IPO 시장에 대한 과열이 오히려 시장의 건강한 자정작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 계기가 되기도 했다.

   
▲ 빅히트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모주 청약경쟁률이 지나치게 치솟으면서 ‘1억원을 넣어도 1주밖에 못 받는다’는 식의 불만이 시장에 확산되자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 배정물량을 20%에서 30%로 늘리는 등의 제도개선안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올 한 해는 IPO 시장의 양적 팽창과 질적 개선이 동시에 이뤄진 한 해였다.

내년에도 ‘흥행 돌풍’ 이어질까

시장의 관심은 올해의 IPO 흥행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인지로 수렴되고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면면이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1월이 IPO 시장의 ‘비수기’로 꼽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시장 안팎의 전망에 따르면 2021년 1월의 공모규모(공모 희망밴드 하단 기준)는 약 697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 2000년 1월 이후 무려 21년 만에 최대 규모다.

엔비티, 선진뷰티사이언스, 씨이랩, 모비릭스, 씨앤투스성진, 핑거, 솔루엠, 레인보우로보틱스, 와이더플래닛,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아이퀘스트, 유일에너테크, 뷰노 등 13개 기업이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이 중에서 2개사(솔루엠‧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코스피 상장이며, 특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난 2015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항체의약품 개발 제약회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현재 8종의 바이오시밀러와 2종의 바이오신약을 개발 중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2021년 상장 예정인 대어급 업체들의 예상 공모규모는 약 15조원으로, IPO 시장이 최근 5년간 제일 뜨거웠던 2017년보다 규모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개인 투자자가 배정 받을 수 있는 공모주 물량이 확대됨에 따라 유입되는 개인 청약 대금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