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인수 불발…구세주 대한항공 등장에 빅딜 성사
산은, 혈세논란에도 항공경쟁력·기간산업 고려해 정책자금 투입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 본격화…고강도 책임경영은 해결과제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금융권에도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된 한 해였다.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 디폴트 사태는 물론 부동산 패닉사태로 역대 최대규모의 가계대출과 신용대출의 증가가 나타났고,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참여로 코스피지수가 사상처음으로 2780선대로 올라서는 기록을 쏟아냈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편집자주>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표류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당초 아시아나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HDC현대산업개발(HDC)이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새 주인 찾기가 난항을 거듭했지만 경쟁사인 대한항공이 러브콜을 보내면서 통합작업에 물꼬를 텄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산은)은 두 국적항공사의 발 빠른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규모 정책자금을 투입했다. 

산은의 항공빅딜을 두고 부실기업 떠넘기기라는 비판도 많았지만 학계‧물류업계 등 여론 분위기가 산은의 수혈에 동조하면서, 통합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회계부정·코로나19에 아시아나 매력도 급감=당초 아시아나의 주인은 HDC가 될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탄탄한 현금 자산을 자랑하는 데다, 계열사업인 호텔 면세점 등으로 파급효과를 누릴 거란 시각이 많았기 때문. 하지만 아시아나는 올해 6월 기준 부채 11조5458억원, 수차례에 달하는 회계정정 등으로 HDC의 신뢰를 잃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항공여객시장이 전멸하면서 HDC는 일찌감치 인수작업을 포기했다. 화물보다 여객에 초점을 두는 항공사업 특성상 가시적인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HDC로선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HDC는 이런 이유로 추가 재실사를 요구했지만 산은은 받아들이지 않고 인수를 무산시켰다.

◇구세주 대한항공 등장…산은 혈세논란에도 빅딜추진=하지만 구세주 대한항공이 나타나면서 빅딜은 재추진됐다. 산은은 지난달 16일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투자계약을 발표하며 항공빅딜을 추진했다. 

산은이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면,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자금을 넘기고, 대한항공이 이를 아시아나항공에 출자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산은은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진칼에 지난 2일 5000억원을 일차적으로 수혈했다. 산은은 다음달 2차 수혈을 목적으로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인수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산은의 수혈자금 8000억원 중 약 7300억원을 내년 3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투입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로 2조5000억원을 마련할 계획으로,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1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 신주와 3000억원의 영구채를 각각 인수하게 된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항공빅딜로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 따른 운항원가 절감, 노선합리화에 따른 항공기 운용 효율화, 항공기 유지보수운영(MRO) 활성화,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 확대, 해외 환승수요 추가 유치 등이 대표적이다.

   
▲ 항공빅딜 거래구조도. 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식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8000억원을 투입한다. 이후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순으로 재원이 투입될 예정이다./자료=KDB산업은행


하지만 산은의 빅딜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상당하다. 정부가 ‘항공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을 내걸어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에게 좀비기업을 떠넘기는 게 일종의 ‘혈세낭비’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연합한 3자연합과의 한진칼 지분율 경쟁에서 밀려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있었다. 하지만 산은이 조 회장 측에 8000억원을 투입하면서 조 회장은 경영 리스크 부담을 덜었다.

또 통합과 별도로 경영악화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두 국적항공사가 국책은행으로부터 정책자금을 지원받았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두 국적사가 지난해부터 자금을 수혈받은 규모는 4조8000억원으로, 산업은행 3조1000억원, 수출입은행 1조4000억원, 기간산업안정기금 3000억원 등이다. 

항공사별로 대한항공은 올해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고, 아시아나는 지난해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1조6000억, 올해 2조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공짜는 없다’ 산은, 고강도 책임경영 지시=산은은 통합항공사가 경영성과 기준에 미흡하면 조원태 회장 등 경영진에게 담보주식을 처분하거나 퇴진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합병 후 통합(PMI)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기 위한 경영평가위원회(경평위)를 구성한다. 경평위는 PMI 이행실적과 경영목표 달성여부 등을 토대로 성과를 평가하는데, PMI에서 경영평가 등급이 ‘E등급’이거나 2년 연속 ‘D등급’을 받으면 경영진 교체나 해임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경평위를 구성한 후 평가기준이 정해지는 대로 실사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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