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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기덕필름 |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코로나19가 주 키워드였던 올해 영화계, 한 명의 거장이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눈을 감았다. 거센 비난 여론 속 꾸준히 영화작업을 이어오던 김기덕 감독이다. 김기덕 감독은 폭행 및 성폭력 논란으로 인해 찬란했던 24년 영화사를 뒤로하고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
1996년 '악어'로 감독 데뷔해 '나쁜 남자',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빈 집', '시간', '피에타' 등 24년간 20여 편의 영화를 통해 강한 냄새를 풍긴 김기덕 감독. 진한 비린내와 악취도, 과실이 열리는 듯 향긋한 냄새도, 등골 오싹한 피 냄새도…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이 같은 냄새로 관객들을 취하게 해 늘 오묘한 뒷맛을 남겼다. 강렬한 작법에 '문제적 감독'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은 김기덕 감독이다.
고인은 인간의 내면을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시선을 필름으로 옮길 땐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는 베테랑 셰프처럼 과감하고 절도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는 막 손질해 올린 생선이 여전히 살아 숨쉬어 손님을 놀라게 하듯 생동감을 넘어 섬뜩함까지 느끼게 했고, 날것의 영혼이 깃든 음식이 올려질 줄 예상치 못한 손님들은 '왜 이런 불편함을 줬냐'며 요리사를 도마 위에 올리기도 했다.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모두 본상을 수상하고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를 모조리 휩쓸었지만, 자신의 이야기에만 몰두한 덕에 돈 되는 영화를 좇는 극장가에선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기획·촬영·연출 모두 혼자 도맡으며 영화계와 세상에 묵묵히 화두를 던져왔기에, 김기덕 감독이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음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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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기덕필름 |
하지만 고인을 기리는 것마저 암묵적으로 금기시되는 것은 그의 말로가 갖은 불미스러운 사건과 논란으로 얼룩졌기 때문일 테다.
김기덕 감독은 2013년 개봉한 영화 '뫼비우스' 촬영 중 여배우의 뺨을 때리고 대본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한 혐의로 고소당한 바 있다. 법원은 폭행 혐의만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생전 김기덕 감독은 "영화가 폭력적이라도 내 삶은 그렇지 않다. 영화와 비교해 내 인격을 생각하지 말아달라"며 "많은 스태프들이 보는 가운데 리허설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여배우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감독과 배우의 연기 해석이 달라 일어난 일이다. 법원 판결이 억울하지만 승복한다. 많이 반성했고, 시스템과 연출 태도도 바꿨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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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C 'PD수첩' |
하지만 이후 김기덕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조재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배우들의 증언이 2018년 3월 MBC 'PD수첩'을 통해 보도되며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김기덕 감독은 성폭력 관련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며, 자신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당사자와 이를 보도한 'PD수첩'에 1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미투 가해자'로 낙인이 찍히며 국내 활동이 어려워진 김기덕 감독의 선택은 해외시장이었다. 그는 러시아에서 작업을 이어가며 영화에 대한 열정과 소신을 고수했으나,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라트비아에서 갑작스럽게 눈을 감았다. 환갑일인 12월 20일을 한 주 앞두고서였다. 영화를 통해 인간의 비밀을 풀고 싶다던, 아직 욕심이 많다던 고인은 2020년의 마지막 달 그렇게 허망하게 떠났다.
[정정보도문]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본지는 2018.6.3.'김기덕 감독, 여배우 A씨·PD수첩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 4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 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리고 위 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고,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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