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어부’로 아버지인 고 이건희 회장께 효도하고, 새로운 삼성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부회장은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이 같이 말하며 과거와는 다른 삼성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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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로 말문을 연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 내내 울먹이며 준비한 원고를 정성스럽게 읽어 나갔다.
먼저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연루에 시발점이 사건을 설명했다. 그는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 경황이 없던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자리가 있었다”며 “지금 같으면 결코 그렇게 대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일로 회사와 임직원들이 오랫동안 고생했다. 많은 국민들께도 좋은 모습 보이지 못해 송구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수사와 재판 등이 반복된 지난 시간도 돌아봤다. 이 부회장은 “1년 가까운 수감과 4년간의 조사·재판 과정은 소중한 성찰의 계기가 됐다”며 “과거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할 시간을 줬다. 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준법경영을 기반으로 앞으로 삼성의 발전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에는 선진 기업을 벤치마킹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해 회사를 키우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으로는 부족했다”며 “준법문화라는 토양 위에서 확인을 거듭하고, 법률적 검토를 통한 의사 결정이 궁극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준법경영으로 삼성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도 언급했다. ‘법무팀 이거 검토 끝난거죠?’ ‘이 문제는 준법감시위원회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등을 묻고 또 묻는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일 것”이라며 “불편하게 느낄 수 있고 멀리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법에 어긋나는 일은 물론이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일도 하지 않겠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반드시 정도를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이 부장은 재판과정에서 언급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 대한 철저한 운영도 약속했다. 그는 “사업지원TF는 다른 조직보다 더 엄격하게 준법감시를 받고, 더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며 “저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어떤 조직도 삼성에서는 결코 예외로 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두 달여 전 이건희 회장 영결식에서 고인의 고등학교 동창이 언급한 ‘승어부(勝於父)’라는 단어가 아직도 마음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승어부는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경쟁에서 이기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신사업을 발굴해 사업영역을 확장 시키는 것도 당연한 책무”라며 “저의 정신자세와 회사를 바꾸고 제도를 보완해 외부에서 부당한 압력이 들어와도 거부할 수 있고 거부할 수밖에 없는 준법시스템 만들겠다. 중소기업, 벤처기업 학계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우리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삼성 직원들이 우리 회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모든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 이것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는 것이고 기업인 이재용이 추구하는 일관된 꿈”이라며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는 아버님게 효도하고 싶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은 “다 제 책임이다. 죄를 물을 일이 있으면 저에게 물어주시길 바란다”며 “같이 계신 선배님들은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분들이다. 이 분들을 너무 꾸짖지 마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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