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불황이 음식점까지 악영향.... 도미노 현상 일어나

불황을 맞은 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곳곳에 증권맨들이 가득했던 상권들을 향한 한파는 매몰찼다.  증권맨들의 구조조정과 업황의 불황 등으로 삶의 터전인 여의도를 떠나면서 여의도 음식점과 상가에는 스산한 겨울바람만 주변을 맴돌고 있다. 

   
▲ 증권가의 불어닥친 구조조정 영향으로 증권맨들이 짐을 싸고 있는 가운데 주변 상권은 연말 특수마저 잃은채 우울한 연말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뉴시스
22일 여의도역 부근에 위치한 한 고깃집 J사장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연말이면 금융맨들의 회식, 동창회 모임, 송년회 등으로 분주하던 시절은 그저 과거일 뿐이라고 푸념을 쏟아냈다. 연말 특수는 꿈도 꾸지 못한다.

20여 년째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운영한 그는 "그 많던 단골들의 모습이 다 사라지고 없다"며 "금융맨들의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친하게 지내던 단골손님들이 여의도를 떠났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남은 단골손님들도 발걸음이 뜸하다"며 "작년에는 하루 10~15건, 많게는 20건 정도의 연말을 맞아 예약도 많았는데 지금은 하루 10건이 채 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자연히 매출도 줄어들었다. J사장은 "매출은 말할 것도 없이 줄었다. 손님이 없는데 무슨 수로 매출을 늘리냐"며 "매출이 작년보다 30~40% 줄어들었다"며 "내년이 더 걱정 된다"고 한숨 쉬었다.

이 가게에는 단체 예약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단체 회식방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차디찬 골방에 지나지 않았다. 음식점의 직원 수도 줄어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20명 남짓 함께 일을 했다. 하지만 현재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포함해 6명 정도만 있을 뿐이다.

여의도에서 회식할 때 가장 인기가 좋았다는 D한우집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음식점 직원은 "가게에 오는 손님의 발걸음 수가 확 줄었다"며 "작년에는 손님이 10팀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5팀 정도 오고 있다. 금요일이면 그나마 손님들이 더 많은 편이긴 하지만 작년과 비교했을 때는 절반 수준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매출에도 영향이 크다. 작년에 비해 매출이 20% 정도 줄어들었다"며 "여의도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이 줄었으니 당연히 매출도 주는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올해 증권맨들은 모두 4000여명이 구조조정·명예퇴직 등으로 짐을 쌌다. 내년 역시 경제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여의도 증권가의 봄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송년회와 각종 모임은 그림의 떡이다.

증권가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내 공식적인 회식수가 작년 한 달 3회를 기준으로 1~2차례 더 있었다면 올해는 1회 내지 2회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업황이 불황이고 분위기가 좋지 못한데서 회식을 가지는 것은 보기에 좋지 못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회식을 하더라도 회식 자리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기 위해 결국은 회식을 9시까지만 하고 빨리 끝내려고 하고 있고, 가급적 음주를 적게 하려고 하는 노력도 있다. 또 회식을 원하지 않는 직원도 있다. 원하지 않는 직원들은 그냥 바로 퇴근하도록 하게 둔다"고 했다.

소설 '상도'에서 '장사란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말이 상권에 떠돌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불황에 사람이 없는데, 사람을 어떻게 남길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미디어펜=김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