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여야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국회 법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 등 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도 처벌을 받게 돼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산업재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CEO가 개별 현장을 모두 챙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처벌 수위가 너무 강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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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일대 건설현장 모습으로 기사와 관계없음./사진=미디어펜 |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중대재해법의 핵심은 기업에서 사망 사고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와 회사를 처벌하는 것이다.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사망사고 발생 시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는 것이다. 정부가 처음에 제안했던 2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원~10억원 벌금보다는 처벌 수위가 완화됐다. 회사에 대해서는 사망은 50억원 이하 벌금, 부상이나 질병은 10억원 이하 벌금이다.
이에 건설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건설업 특성상 대규모 인력과 중장비가 수년에 걸쳐 동원돼 사고 가능성이 높고 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까지 산재 사망사고 661건 가운데 349건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또 건설사의 사업장이 많게는 수백 개가 되는데 CEO가 이를 다 총괄하기 어렵고, 원청기업이 하청기업 직원에 대한 사고도 책임지는 구조도 가혹하다는 주장이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는 최근 회원사 16개 건설단체 명의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중단 탄원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에 제출했다.
건단련은 “법안은 CEO가 개별 현장을 일일이 챙겨 사고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건설업체마다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현장을 보유하고 있는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서 결과 발생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건설사들도 안전관리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는 만큼 산업안전 정책의 패러다임이 처벌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단련은 “대부분 유럽연합 회원국은 안전관리 비용과 연구개발비 등에 대한 보조금을 주고 있다”며 “법령에서 정한 안전기준 이상을 충분히 준수한 경우 사고 발생 때 일정 부분을 인정해줘야 기업이 안전투자에 대해 소모성 비용이 아니라는 믿음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도 전날 중대재해법이 제정되면 건설업체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건설 현장은 국내외를 합쳐 12만개에 달하고 대형업체는 업체당 300개에 육박해 CEO가 현장을 모두 챙기기 어렵다”며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하청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원청업체의 잘못이 되고 CEO가 징역형을 받는 등 경영상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물론 생명과 바꿀 수 있는 가치는 없지만, 건설사들도 안전관리를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중대재해법의 수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말했다.
한편, 중대재해법은 이날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중대재해법은 공포 후 1년 뒤에 시행되며,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의 유예기간을 준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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