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대학생의 한 사람으로서 헌재에 머리 숙여 감사

정의란 무엇인가? 누군가는 올바름이라고 답하고 누군가는 공평함이라고 답한다. 나는 말하고 싶다. 정의란, 대한민국이라는 역사적 주체가 제시하는 정의란 국가를 이루고 있는 국민 개개인이 시장경제체제와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의 실현이라는 헌법 가치를 공유하고, 다 함께 이 공동체를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해 가는 것이라고.

12월19일 오전 11시, 헌법이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정의(正義)를 정의(定義)내렸다. 12월 19일을 기해, 정당의 설립 취지 및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결 난 통합진보당은 해산됐다. 연 70억 원 가까이 지급되던 국가보조금 역시 국고로 환수되며, 통진당에서 배출한 국회의원 5명도 지역구·비례대표를 막론하고 의원직을 상실케 되었다.

‘그들’의 반응은 예상에서 한 치의 벗어남도 없었다. 다음 날인 20일부터 (미리 만들어 두지 않았더라면 밤을 새서 만들었을) 각종 피켓과, 현수막, 그리고 상여들이 등장했다. 이윽고 그들은 ‘근조(謹弔) 민주주의’라는 구호를 외쳤다.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에서 판결문을 읽고 있다. /사진=뉴시스

누가 감히 민주주의를 언급하는가. 혁명 세력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부정선거를 감행하여 진보연합을 10개월 만에 깨 버린 그들이, ‘폭력’을 수단으로 남한 사회에서 인민 혁명을 이뤄내기 위해 지하 세력을 조직한 그들이, 제 백성 밥 굶기는 것을 밥 먹듯 하고 있는 저 김정은 불법 정권만이 참된 국가라 여기며 태극기가 아닌 인공기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그들이 민주주의를 입에 올릴 자격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법치 국가이기에 수많은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의 심판을 받았음을 그들은 알지 못하는 모양이다.

스스로가 북한 김씨 왕조에 부역하는 노동자임을 언행으로 밝히고도 3년간 연 70억에 달하는 국민의 세금으로 정당을 유지해 온 그들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익에 해가 되는 이념을 각 대학교를 통해 보급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국가관을 형성하게 했다. 농민·노동자를 그들의 혁명에 있어 디딤돌로 선정, 반미·반기업·반정부 시위로 내몰아 툭하면 국정을 마비시키기도 했다.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켜 국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비생산적인 이슈로 국정을 마비시켜온 것도 그들이다.

이웃국가 일본과 기타 국가들이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 규제를 풀고 기업을 유치하고 또 다른 성장 동력 개발에 대한 일들에 열을 올릴 동안, 우리는 마치 대왕대비가 상복을 3년을 입어야 하는 지 1년을 입어야 하는지와 같은 쓸데없는 주제를 두고 정쟁을 펼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어처구니없는 몇 년을 보내온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통진당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큰 그들의 죄목은, 통합진보당이 평화, 자주, 민주를 말하는 아름다운 얼굴 뒤로 북한 정권 하에서 고통 받고 있는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들을 외면하고 가해자들에게 충성을 바친 것, 그리고 그들이 자유통일을 계획적으로 방해해 온 주도 세력이라는 것이다.

한편, 통합진보당 해산을 비난하는 목소리들은 한 가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이므로 공산전체주의 이념이 포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이므로 극좌 공산전체주의 이념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핵심기치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체제가 그것을 철저히 부정하는 공산전체주의 이념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21일 오전에도 통진당 소속 5인의 전(前) 국회의원들이 헌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산일 당일부터 통합진보당원들은 광화문, 시청 일대로 모여들어 투쟁을 시작했고 국회 내 농성 역시 예견된 절차이다. 예년보다 매서운 겨울, 거리에서 가두시위를 벌일 그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며 부디 가슴팍에 하나씩 다고 있는 그들의 ‘잇 아이템(It Item)’인 노랑 리본 배지는 떼어내고 구호를 외치라 말하고 싶다. 꽃 피지 못한, 내 동생일 수 있었던 그 죽음들을 그들이 이용하는 것이 구역질이 나 견딜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국회는 통합진보당의 당원 명부를 확보해야 한다. 그 명단에는 교사도 있고, 고위 공무원도 있을 것이며 사회 주요 인사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헌법이 지켜낸 ‘정의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매만져주는 역할은 이제 국회의 손에 달렸다. 후속 조치를 신속하고 확실하게 해 주시기를 국민의 이름으로 청한다. 또한 야당은 그동안 통합진보당의 숙주 노릇을 해 온 과오를 반성하고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바다.

마지막으로, 이 땅에 상식과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 준 헌법재판소에 대학생의 하나로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 여명 한국대학생포럼 5기 부회장(숙명여대 정치외교학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