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 한 해 브로커리지 부문 성장에 힘입어 기록적인 실적을 거둔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는 투자은행(IB) 분야에서의 경쟁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완화에 따른 기업금융 수요 증가는 기존 초대형IB들에게 새 먹거리를 제공하고,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초대형IB 인가를 재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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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작년에 거둔 ‘역대급 실적’으로 올해 다양한 경영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BK투자증권 등 업계 안팎의 예측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4곳의 2020년 순이익은 2조7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도인 2019년(2조 2112억원) 대비 약 23% 증가한 규모다.
작년의 경우 ‘동학개미’라는 별명을 얻은 개인 투자자들의 약진이 돋보인 만큼, 개인 고객을 많이 확보한 회사들의 수익률 증대가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으로 키움증권의 작년 순이익은 1년 전 대비 78.3% 급증한 692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한 대형증권사들을 전부 제친 결과다.
삼성증권 역시 작년 순이익 전망치가 전년 대비 54.7% 급증한 6063억원으로 전망됐다. 수수료 인하를 통한 개인투자자 확대전략이 작년에 정확하게 적중한 결과다. 삼성증권은 고객 자산가와 일반 개인투자자 부문을 나눠서 보다 전문적인 자산관리에 역점을 뒀다. 삼성증권은 작년에 불거진 사모펀드 사고와도 관계가 없어서 양호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들 두 회사 이외에도 대다수 회사들이 기록적인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다수가 현금이라는 ‘실탄’을 확보한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되던 경영 전략을 올해 다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작년과 달리 코로나19라는 리스크가 어느 정도 진정된다는 전제 하에서의 얘기다.
대표적으로 초대형IB에 도전하는 회사들이 다시금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작년엔 코로나19 상황과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인한 혼란 때문에 초대형IB 신규 인가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올해 금융당국에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2018년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던 하나금융투자는 작년 3월에도 499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이로써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4조 3000억원대로 늘어났고, ‘자기자본 4조원’이라는 초대형IB 신청요건을 충족했다.
만약 하나금투가 올해 초대형IB 인가를 받는다면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에 이어 ‘6호’가 된다. 업계에서는 하나금투의 초대형IB 진입에 따른 ‘지각변동’에도 시선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금투의 경우 이진국 사장이 올해 세 번째 연임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업계 전체로 보면 올해는 초대형IB 숫자가 늘어나고 중소형 회사들의 가치가 올라가는 등 증권사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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