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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진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회 위원, 성균관대 경제학과 학생 |
여러 사건사고로 다사다난하고, 한편으로는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던 2014년도 끝나간다. 어느덧 우리는 새로운 2015년을 희망의 새해로 소망하며 기다리고 있다.
광고 카피 중에 “낭만은 짧고, 인생은 길다”는 말이 있다. 인생은 길기 때문에 미리미리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광고카피 문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는 미래에 대해 대비하고 현재의 단기적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에 얻게 될 가치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중요성에 대해 인식해 사적연금, 적금 등의 재테크 방법을 고민하며 자신의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그리고 선생님으로부터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받곤 했다. 이러한 가르침이 존재하는 이유는 현재 삶이 학업으로 고되고 힘들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공부)가 장기적인 삶의 만족과 질의 향상의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도 많은 학생들은 고되고 지친 가운데에도 불구하고 오락 등의 단기적 쾌락을 주는 여가를 뒤로한 채 학업에 열중하고, 경쟁력을 갖춰 나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2014년 경제 분야에서 가장 큰 화두라고 하면 역시 ‘초이노믹스’일 것이다.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최경환 부총리의 취임 소식을 반겼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그가 올해 초 대통령이 보여줬던 강력한 규제완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 활성화를 이룬다는 경제 철학을 제대로 실행시켜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태 이후 규제를 늘리는 것이 당연시 되는 사회적 분위기와 장기적인 불황으로 흘러갈 것 같은 경제 분위기를 다시 규제완화 등의 구조개혁을 통해 반전시켜줄 것을 기대한 것이다. 국민들은 경제를 아는 최경환 부총리가 현재 힘든 상황 속에 처해 있는 한국 경제의 초석을 다질 것으로 보았다. 학생들이 유혹을 참으며 학업에 집중하듯 단기적 경기부양이라는 유혹을 감내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전면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미래의 더 부강하고 경쟁력을 갖춘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주길 바랐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그 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사내유보금 과세를 통한 투자, 배당 유도와 적자재정을 통한 경제 활성화 대책 그리고 화제가 되었던 ‘척하면 척’ 발언을 통해 중앙은행의 단기적인 통화팽창 정책 유도 등 장기적이고 항구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대책보다는 고식지계(姑息之計) 식의 단기적으로 현재 힘든 경제 상황을 설탕과 같은 달콤해 보이는 정책을 통해 반짝 경기 활성화를 이루어 내겠다는 생각이 주류였다. 특히나 우려되는 점은 그러한 대책들이 미래 경제의 ‘희생’을 예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이노믹스는 왜 미래세대의 희생을 예고하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도움이 안 되는가? 우선, 기업환류세제 일명 사내유보금 과세정책을 살펴보자. 기업이 사내유보금(여기에서는 현금성 자산만 가정)을 쌓아 놓는 이유는 미래 투자를 위한 준비의 목적과 위기관리 차원일 것이다. 즉, 현재 투자처는 찾지 못했지만 미래의 먹거리로 투자할 가치가 있을 때 쓰려고 모아둔 일종의 종자돈과 외환위기,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등에서 살펴볼 수 있듯 외부에서 촉발된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이러한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내기 위한 위험관리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미래를 대비하는 자금을 최경환 부총리는 현재 소비가 적다는 이유로, 투자지표가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바로 사용하라고 반강제성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강요된 정책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투자, 위기관리 약화를 부르고 이는 미래에 큰 피해로 불거질 수밖에 없게 되는 정책이다.
확장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도 이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짐을 미래에 떠넘기는데 불과한 것이다. 정부지출 확대를 의미하는 확장재정은 한국의 세입 세출 구조를 감안하였을 때 적자재정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즉, 현재의 써야 할 돈이 너무 많아 미래에 갚을 것을 전제로 채권을 발행하는 정책이다.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것이 바로 빚이기 때문이다. 빚이라는 것은 결국 미래에 누군가가 갚아야 한다는 것이고, 현재를 위해 미래의 쓸 돈을 미리 당겨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짐은 미래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정부 주도하에 이루어진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부양정책은 재정승수가 매우 낮아 경제의 활력을 불어 일으키지도 못한 낭비적 정책이라는 것은 많은 역사적 진실이 보여주고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발전해 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인간은 과거로부터 배우고 학습하는 능력으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고, 과거의 잘한 점은 발전시키는 온고지신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는 모델이 있다. 바로 산업화의 주역인 50~60대 선배 세대다.
그들은 그 당시 입에 풀칠하기도 바빴던 암울했던 경제상황 속에서도 불구하고 미래의 발전된 대한민국을 꿈꾸며 자신들의 순간적인 달콤한 만족을 뒤로한 채 자녀 교육에 힘쓰고,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절약하였고 그 결과로 한강의 기적을 낳아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수많은 세계적 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놀라운 과실을 얻게 되었고 지금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이 과실을 함께 향유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를 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주인이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위의 배를 가르면 수많은 황금알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배를 갈랐지만, 그 속에는 결국 아무 것도 없어서 귀한 거위만 죽이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선배 세대들은 이 우화가 주는 교훈을 그대로 이해했다.
단기적으로 경제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게 느껴지더라도, 선배 세대들은 거위의 배를 갈라 먹을 생각을 하기보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늘리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 한강의 기적을 통해 수많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이 탄생하여 지금의 세계적인 경제대국을 만들 수 있었다.
설탕은 달콤하고 현재 순간적으로 큰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설탕 맛이 좋다고 설탕만을 과도하게 섭취하다 보면 결국 나중에 당뇨병에 걸려 현재의 만족보다 더 큰 고통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젊어서부터 식생활에 조심하고 건강을 챙기려 하는 것이다.
지나갈 것 같지 않았던 2014년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2015년 그리고 그 이후의 미래는 우리가 현재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정부도 이 사실을 인식하고 2015년 노동유연성 강화, 규제일몰제 시행 등 강도 높은 구조개혁의 의지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부디 이러한 마음가짐이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고 계속되어 지속 가능한 항구적인 경제성장의 기틀을 닦기를 바란다. /박형진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회 위원, 성균관대 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