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영간섭 징벌적 이중과세…"기업 옥죄기 미래는 없다"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지난 7월 2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발표했다. 가계소득 증대 세제 3대 패키지 중의 하나이다. 기업소득을 가계로 이전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구상인데 내년 1월부터 전격적으로 시행된다. 기업이 인건비, 투자, 배당 등의 재원으로 기업 이익 80% 이상을 쓰지 않으면 이에 대하여 과세하게 된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밝혔듯이 미국, 일본에서 시행하는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와 다른 세계 최초의 사례다. 기업소득환류세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주장은 2011년 이래로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과세에 대한 명분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증가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투자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

사내유보금은 세금 및 배당으로 유출되지 않고 기업 내부에 남아있는 잉여금을 말한다. 이는 기업의 자본구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건물, 토지, 설비투자 등의 투자금을 포함한다. 사내유보금은 기존의 투자 활동을 정의하는 것이다. 기업투자 증가에 재무제표 상 사내유보금은 변화가 없거나 증가할 수 있다. 사내유보금의 증가는 투자활동을 회피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자본의 축적, 설비투자의 축적 총량이 늘어나는 긍정적이고 건전한 기업경영의 시그널이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관련 지표를 확인하면, 사내유보율만이 증가하면서 투자증가율도 계속 상승했고 유보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매출 대비 투자수준이 높다.

또한 유보율이 높은 기업들이 낮은 기업들보다 높은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으로 대규모 투자를 벌인다(2010년 기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기업의 사내유보율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유보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7개국(한, 미, 중, 일, 독, 영, 프) 유보율 비교에서 대기업은 5위, 중기업은 3위, 소기업은 2위이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겨울 밖에서 따뜻한 물을 끼얹겠다는 발상

기업들은 법인세를 낸다. 기업소득환류세제-사내유보금과세는 동일소득에 대한 이중과세이다. 이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기업들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겠다는 말이다. 재투자를 위해 저축을 해놓은 기업들에게 징벌적으로 이중과세를 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한겨울에 혹한의 추위가 감도는 야외에서 맨몸에 따뜻한 물을 끼얹겠다는 생각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서 오늘 저녁밥상을 차리겠다는 것이다.

550조에 달하는 대기업 집단의 사내유보금이 있다고 하지만, 이는 상장회사 가운데 10여개 회사에 불과한 얘기이다. 이 중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절반의 규모를 차지한다. 기재부는 사내유보금 과세 조치를 통해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바라보는 기재부의 시각은 단편적이다. 기재부의 기대대로 사내유보금에 대해서 80%를 기준으로 과세를 매긴다면 당장의 소비지출을 유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실효성은 담보할 수 없다. 자본축적을 꾸준히 해왔던 우량기업들의 임금을 늘이는 조치는 국내 산업계의 인건비, 소득 격차를 심화시키게 된다. 배당을 확대하는 것 역시 90% 이상이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 고소득층인 대주주에게 돌아간다. 기재부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배당소득이 소비 확대로 돌아간다고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멍청하다 못해 안타까운 발상이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무관

기업소득환류세제, 사내유보금 과세제도가 돌아가는 국가는 얼마 안 될 뿐더러 이 과세제도는 주주 배당소득을 부당하게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이는 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무관한 과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유보금에 과세를 매긴다는 기획재정부의 발상은 지극히 약탈적이다.

우리나라 상장기업 상당수의 대주주는 외국인, 기관, 정부, 소수 대주주들이다. 사내유보금 과세를 통해 배당을 늘려도 국내 투자 및 소비 증대는 고사하고, 오히려 외국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만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일반 가계소득이 늘어날 리 만무하다. 사내유보금 과세, 기업소득환류세제는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해도, 해당되는 기간 동안 기업 재무구조 운용과 투자 추이에 왜곡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업들을 옥죄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초이노믹스는 기업을 바보로 알고 있다. 최경환 장관은 한국에 ‘읽어버린 20년’을 가져올 셈인가.

최경환 기재부 장관,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이를 강제적으로 수행케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재무구조, 수익구조를 왜곡시키고 악화시킬 뿐이다. 기업의 투자 여부, 사회적 책임 등은 수익 창출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는 전적으로 기업에게 달려 있는 선택의 자유다. 기재부는 통제경제, 공산주의식 마인드로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을 요리하려는 것이다. 기업들이 이중과세를 명분으로 삼아 기재부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청구 소송이라도 벌여야 할 참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