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은행권이 신용대출 문턱을 또 다시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중 은행권에선 이미 신한은행이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최고 한도를 5000만원으로 줄인 가운데 다른 시중은행들도 조만간 연쇄적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당국의 과도한 대출 규제가 오히려 가수요를 촉발시켜 정작 실수요자들이 돈을 빌리지 못하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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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제공. |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5일 각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인 '엘리트론Ⅰ·Ⅱ'와 '쏠편한 직장인대출SⅠ·Ⅱ'의 최고 한도를 5000만원 하향 조정한다고 공지했다. 이들 상품의 최고 한도는 소득과 신용도 등에 따라 각각 2억원, 1억5000만원이지만, 16일부터 1억5000만원, 1억원으로 낮아졌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일괄 축소한데 이어 이번 일반 직장인들의 신용대출 한도를 조정한 데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주문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증가세가 '폭등'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과열 양상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한 부동산 등 자산투자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며 "최근 급증했던 고액신용 대출 중 긴급생활‧사업자금으로 보기 어려운 자금대출에 대해선 은행권의 특별한 관리강화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은행권 여신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 추이와 함께 각 은행의 대출 목표치를 점검하고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만전을 다 해줄 것"을 재차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6481억원에서 지난 14일 135조5286억원으로 늘었다. 10영업일 만에 대출잔액이 1조8805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은행권이 금융당국에 약정한 월간 대출한도 증가액(2조원)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은행권에선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직장인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한도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과도한 대출 규제가 오히려 가수요를 촉발해 정작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전체 신용대출 증가규모를 월간 2조원 안팎으로 관리해왔는데 불과 2주만에 목표치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과도하게 대출을 강화하면 당장은 필요하지 않아도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가수요를 촉발해 정작 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돈을 빌리지 못하는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