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LG전자가 MC사업본부 축소 뜻을 밝혀 스마트폰 사업을 사실상 접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가전 사업부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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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사진=LG그룹 제공 |
21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담당 부서인 MC사업본부는 23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지속해 왔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매우 급박한 상황이며, 오는 26일로 예정된 중대 발표 일정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권봉석 LG전자 CEO는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지난해 말까지 5조원 규모의 누적 영업손실을 냈다"며 "우리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냉정히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권 CEO는 또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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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봉석 LG전자 CEO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타 사업본부에서 볼 수 없던 퇴직 프로그램이 시행되는가 하면 지난해 11월 7일 내부 공지를 통해 스마트폰 담당 핵심 조직이 폐지되고 대신 ODM 사업부 신설 등을 단행했다.
ODM이란 '제조업자 개발생산'(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을 의미한다. 이는 즉 LG전자 로고가 새겨진 스마트폰을 타사가 개발·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원가·개발연구(R&D)비용·공장 설비 투자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G전자 스마트폰 ODM 비중은 60% 선. 올해는 70% 넘게 ODM을 통해 스마트폰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ODM의 비중이 높아질 경우 타 제조사 대비 차별성이 줄어들어 경쟁력 또한 하락이 우려된다. ODM 강화에 따라 MC사업본부 내에서는 'I프로젝트'도 포기했다는 전언이다. I프로젝트는 올해 초 CES 2021에서 LG전자가 티저 광고로 선보인 롤러블 스마트폰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MC사업본부 인력 60%는 LG그룹 계열사나 타 부서로의 이동 또는 퇴사를, 10%는 권고 사직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30% 가량의 직원만 플래그십 제품 개발을 위해 잔류한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7460명에 달하던 MC사업본부 임직원 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3724명으로 대폭 줄어들었고 조직 대수술 이후에는 더욱 적은 규모의 인원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
MC사업본부가 이렇게 무너지는데에는 역대 MC사업본부장들이 스마트폰과 무관한 가전사업부 출신들이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모바일 사업을 가전 사업의 일부라고 봤고 핵심 임원들마저 타 본부에서 차출돼 스마트폰 사업의 방향성을 상실한 것이 패착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 사업부문을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같이 '만년 적자' MC사업본부 개편 소식이 전해지자 LG전자 주가는 13%나 수직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장 역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 대해 평가 절하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와 같이 여러 사업 축의 하나였던 MC사업본부를 대폭 축소하고 나면 LG전자는 '확실한 캐시카우'인 HE사업본부·H&A사업본부 중심으로 경영을 이어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6일 LG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63조2638억원, 영업이익 3조1918억원을 기록했다. 냉장고·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담당하는 H&A사업본부 4분기 매출은 처음 5조원을 넘어섰고 연간 매출은 22조원대, 영업이익률은 10%대로 이 역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덕에 HE사업본부 또한 8분기만에 분기 매출액 4조원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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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캐나다 기업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장 사업에 나선다./사진=LG전자 제공 |
이 외에도 전장사업(VS) 부문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2분기 연속 적자폭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 3분기부터 본격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평이다. VS사업본부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사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파워트레인 부문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공개해 LG전자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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