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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환 변호사 |
경제에 있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여’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가’의 세가지 기본문제를 결정하는 방식을 경제체제라 하고 이에는 규칙, 집행매커니즘, 조직 등이 포함되는데, 통상 시장경제체제와 계획경제체제로 나눈다.
시장경제체제에 있어 시장이 자율적으로 운용되기 위하여는 시장관련규칙, 집행메커니즘, 조직 등이 총체적으로 포함된 시장제도가 필요하다. 시장제도가 시장을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없도록 구성되어 있거나 제도가 있더라고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면, 시장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시장이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상황이 야기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재화 또는 서비스의 양보다 적거나 또는 많게 공급되거나, 또는 공급이 전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이 시장실패(market failure)이다.
시장실패의 원인으로, 외부효과(external effect), 사적 거래에 있어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역선택(adveres selection)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갇힘 현상(Lock-in Effect) , 공공재의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경우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오늘날 일반화되다시피 하고 있는데 특히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자유방임형의 시장경제에서 비롯되었다는 반감으로 인하여 정부의 개입을 당연시하고 있다. 또, 시장운영을 위하여 제정된 규칙 및 이의 시행과 정부의 규제 간의 차이가 모호하여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의 원인과 결과가 혼재되어 있다.
따라서 경제문제가 발생되면, 그 원인이 시장실패인지 아니면 정부실패인지 불분명하다. 많은 국민들은 경제문제의 발생 원인이 운용매커니즘을 파악하기 어려운 시장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간주하고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최근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는 시장실패만 가르치고 정부의 실패는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가르치고 있지 않아 국회나 행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이 그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정부의 개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실패의 원인
정부실패의 원인으로는, ① 정책 결정이 제한된 정보에 기할 수 밖에 없다는 점(시장의 실패를 제대로 교정하기 위해서는 정책결정자가 국민들의 선호를 잘 인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책이 유도하는 다양한 효과 및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이해해야만 하는데 점점 복잡해지는 경제환경에서 이러한 조건은 거의 달성하기 불가능하다),
② 정치적 과정상의 문제(일반적인 국민 또는 납세자들은 이해관계자에 비하여 자신의 후생 손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또는 인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으로서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판단하면, 이해관계자들에게 혜택을 가져오는 정책을 용인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잘 조직된 이해관계자 집단이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대를 얻게 되는 것이 가능해지고 이를 노리는 활동이 늘어난다)을 들 수 있다.
그 이외에도 ③ 정부는 그 정책에 대한 민간의 반응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가령, 최저임금제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은 오히려 미숙련노동자의 실직을 증가시킨다) ⓸ 현대정부는 관료제에 의지하고 있는데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이윤으로 그 성과를 분명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으나 관료의 경우 그 활동의 성과를 객관적 합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사례
분양가 상한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2월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민간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탄력적용하되 그 선택은 정부의 결정에 위임하여 사실상 폐지하게 되었다.
분양가 규제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77년으로 행정지도의 방식으로 모든 분양주택을 일률적으로 규제하였고, 1989년에 원가연동제(택지비 및 건축비와 분양가를 연동시키는 제도)를 도입했다가 외환위기로 1999년에 완전히 폐지되었다.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자 2005년에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공공주택에 대하여 분양가상한제란 이름으로 분양가 규제제도를 재도입하였으며, 2007년부터는 민간주택을 포함한 모든 신규분양 공동주택에 대하여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시행하고 있었다.
분양가 상한제는 최고가격(price ceiling)을 법으로 규정하는 전형적인 가격규제이다. 상한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높은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상한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낮게 설정되면, 상한가격이 시장가격이 된다. 이렇게 설정된 가격(분양가 상한가격)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 시킨다. 첫째, 주택의 만성적 공급부족 상황을 초래한다. 상한가격은 주택시장 참여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공급자는 원래 시장가격보다 낮게 형성된 상한가격을 인지하고 주택공급을 축소하게 된다. 수요자는 상한가격으로 가격이 낮아졌다고 판단하고 수요를 확대하게 된다. 실제 시장가격과 분양가격의 차이가 많을 경우에는 최초 분양자가 거액을 시세차익(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분양수요는 더욱 확대된다.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한 주요 원인은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이다. 상한가격이 시장가격 아래에서 결정되고 있는 한, 이러한 상태는 지속된다.
둘째, 주택의 질적 수준을 저하시킨다. 공급자에게 좋은 품질의 주택을 건설할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 시장의 가격 매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되어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배분하여야 하는 문제에 대하여 정부의 개입이 확대된다(주택청약제도).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과 저소득층 저렴한 주택취득 등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분양가상한 제도를 동원하여 주택시장에 개입하였다. 그러나 정부개입은 시장보완 수준을 넘어 정부가 시장을 대신하여 운영하는 수준에 도달하게 되었다.
분양가격 설정, 분양물량 결정, 분양물량 배분, 주택생산 및 거래관련 갈등 해소 등을 정부가 직접 결정하고 해결하게 되었다. 그 결과 살펴본 바와 같이 주택시장은 더욱 비정상화 되었으며, 희소한 자원은 더욱 비효율적으로 배분되었다. 그러면서도 정부개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분양가상한제로는 주택가격의 안정을 이룰 수 없으며, 저소득층의 저렴한 주택취득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혜택의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정부의 실패이다.
쌀 소득직불제와 농업구조조정
정부는 농산물 시장의 개방 확대에 따라 벼 재배 농가의 소득감소를 보전하고, 농가소득을 일정 수준에서 안정시키기 위해서 논농업직불제와 쌀소득보전직불제를 통합하여 2005년 7월부터 시행 소득보전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5년 예정인 쌀 관세화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쌀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급균형을 도모하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그 지급 내용은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으로 구분된다. ‘고정직불금’은 쌀값 변동 여부에 관계없이 면적당 일정금액(70만원/ha)을 지급하며, ‘변동직불금’은 목표가격과 수확기 평균 산지 쌀값과의 차액의 85%에서 고정직불금을 차감한 금액을 지급한다.
우선 이 제도는 ‘목표가격’이 타당하게 설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쌀 산업의 구조조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관세화 이후 쌀 산업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시장가격을 반영하도록 목표가격이 설정되어야 하지만, 이 과정은 이해관계자의 영향에 민감한 정치적 과정이라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2008년산의 목표가격은 2005~2007년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했으며, 재산정한 목표가격은 80kg 당 161,265원으로 전보다 5.2% 하락하였다. 그러나 국회 동의과정에서 이 보다 더 높은 가격인 80kg 당 170,083원으로 2012년까지 동결할 것을 결정하였다.
우리나라의 1인당 쌀 소비량은 198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그 속도는 2000년대에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인구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쌀에 대한 소비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편 수입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 수급균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쌀 재배면적이 감소되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공급과잉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과잉이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만약 시장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불금 지불을 위한 목표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면 이는 시장의 가격신호가 생산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게 되어 과잉공급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농업인력 및 농업자원의 왜곡된 배분을 지속시켜서 농업 구조조정을 지연하는 결과를 낳는다.
더구나 관세화 충격에 대하여 점진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은 충격을 일시에 맞이하게 되어 큰 혼란을 자초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또한 높은 목표가격 정부의 재정운용에 무리를 주며 결국 납세자의 부담으로 귀착된다.
기타 추가적인 문제점으로는 직불금이 실경작자에 지급되지 않고, 영농을 하지 않는 부재지주가 이를 수령하는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고정직불금은 농지에 대한 보조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직불금을 생산농민이 수취하더라도 임대차료의 인상을 통해 그 효과가 농지소유자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생산규모에 따라 보조금 수령액이 커지므로, 소득수준이 높은 대규모 농가에 보조금이 집중되는 것은 당초 제도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민간 기업이나 개인과의 무분별한 경쟁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보유하고 있는 유용한 기초 데이터를 민간 기업들이 자유로이 이용하여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민간 기업에게 맡겨야 하고, 그 경쟁을 통하여 성장한 기업이 국제 경쟁 시장에도 진출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들이나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여 민간기업과 무분별하게 경쟁에 뛰어들어 초기 정착 단계의 민간 기업을 도산시켜 버려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지도 못하게 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공소프트웨어 분야에의 무분별한 진출이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인 바풀이 ‘바로풀기’ 앱을 출시하여 반응이 좋자 서울시교육청이 유사한 기능을 하는 ‘꿀박사’를 배포하였고, 아이엠컴퍼니는 ‘아이엠스쿨’이란 앱을 출시하여 1600여개의 학교가 쓸 정도로 반응이 좋자 서울시교육청이 유사한 ‘학교쏙’ 앱을 만들어 배포하고 ‘학교쏙’앱을 쓰라고 권고하기까지 하였다.
나아가 국토교통부는 네이버나 다음이 지도 앱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V월드’라는 앱을 출시하였다. 법률 시장에서도 대법원이 상당히 종합법률정보 사이트를 통하여 상당한 수준의 판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법률서비스 회사의 출현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부나 사법부, 지방자치단체는 직접 개별 기업과 경쟁하는 차원으로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충실하게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를 잘 제공하여 기업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단통법 개정안(보조금 상한제) 또는 도서정가제를 규정한 출판문화사업진흥법 개정안도 역시 시장 실패를 내세워 정부가 개입하였으나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결어
정부실패는 앞으로도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국회의원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하여 시장 실패라는 명분을 걸고 자신들의 지역구에 공항 유치 등 불필요한 사업을 끌여들이는 행동을 계속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세입 조정이 필요할 것이어서 본격적인 적용은 다소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설치는 중앙정부의 비용으로 하더라도 그 관리 운영 비용은 당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달하여 지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해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해 지방자치단체는 최소한의 경제성은 사업 단계에서 주장할 것이므로 자신들의 사업성 분석에 기초한 운영 경비 조달은 그 분석에 기초하여 당해 지방자치단체가 맡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차기환 변호사
(이 글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이 29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하는 <정치실패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정책토론회에서 차기환 변호사가 발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