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살인 등 보험금 목적 강력 보험범죄 및 고의사고 발생 유형 증가

"3조 4105억원"

이 금액은 보험사기로 인한 연간 손실규모 추정치다. 연간 보험사기 규모는 27조4000억원 규모 지급보험금의 12.4%에 해당한다.

   
▲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자살·상해 보험범죄 적발금액은 2013년 356억원에서 45.0% 상승한 517억원으로 늘었다. 살인·상해는 같은기간 79억원에서 98억원으로 24.0% 올랐다. 사진은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다 살해한 뒤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50대 남편이 20일 오후 사건 현장인 경기 안산 상록구의 한 조경농장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뉴시스
보험사기가 갈수록 흉폭해지면서 자해, 살인, 상해 등 보험금을 목적으로 고의 사고를 내는 강력범죄의 적발금액이 크게 증가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자살·상해 보험범죄 적발금액은 2013년 356억원에서 45.0% 상승한 517억원으로 늘었다. 살인·상해는 같은기간 79억원에서 98억원으로 24.0% 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살인, 상해 등 강력범죄와 연계된 보험사기 사례가 증가하면서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범죄는 보험금 누수로 인한 보험사의 재정적 부담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보험료 인상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하지만 보험사기는 흉악해지지만 보험사기의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기 때문에 강력한 형사처벌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올해 생명보험이나 장기손해보험의 경우 고의사고나 허위사고를 일으켜 무기징역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이 이날 공개한 보험범죄형사판례집에는 이들의 흉악한 범죄행각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회사 사장 A씨는 직원 B씨를 거액의 사망보험금이 나오는 종신보험에 가입시킨 후 사무실 내 물품창고로 유인하고 둔기로 뒤통수를 내리쳐 살해해 보험금을 편취하려고 시도했다. 살해동기는 채무 때문이었다.

피고인 A씨는 회사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8억원의 채무가 있었으며 A씨가 사는 집 월세도 체납됐다. 또한 회사 수입만으로 회사 운영비와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는 외제 승용차, 요트, 제트스키 등의 리스료나 할부금 등을 납부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됐다.

A씨는 피해자(여직원)에게 직원 복지 차원에서 의료실비와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퇴지금이 나오는 보험에 가입해 준다며 여직원의 동의를 얻었다. 이어 피보험자를 피해자, 보험수익자를 회사로 해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 실질적인 보험수익자인 사장에게 일시금 5억원 등 총 26억9200만원이 지급되는 보험에 가입했다.

A씨는 자신의 주거지와 약 55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철물점에서 범행도구로 사용될 해머 1자루를 구입한 후 여직원을 아무도 없는 사무실으로 유인한 후 준비한 흉기로 여직원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사망케 했다. 결국 A씨의 범행은 발각돼 법원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하고 어떠한 경우에라도 보호받아야 할 절대적인 가치"라며 "피고인은 이러한 인식이 전혀 없이 피해자의 생명을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결했다.

인면수심의 전 부인도 무기징역을 받았다. 이혼한 전 남편을 전처와 내연남이 승용차로 유인해 살해한 후 휴일 교통사고로 인한 사고사로 위장해 보험금 8800만원을 편취했다.

피고인들(전처 및 내연남)은 피해자(전 남편)의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을 타기 위해 피해자가 운행하는 승용차의 체납세금을 납부하고 차량번호판을 찾아줘 다시 운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피고인들은 00마을 도로 인근 논바닥을 승용차가 추락해 들이받는 사고를 낼 장소로 정했다.

이후 피해자를 살해할 도구로 절구공이 등을 준비해 주말에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한 후 교통사고로 가장했다. 결국 피해자는 후두부 등을 강타당해 두부손상과 뇌출혈로 현장에서 사망케 했다.

하지만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우발적인 범행이고 살해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다.

지방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의 선고2003도4320 판결을 참조해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해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으로도 공모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모의과정이 없었다 하더라도 암묵적으로 상통해 의사의 결합이 이뤄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직접 실행행위를 관여하지 않더라도 공동정범으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피고인들이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피해자를 살해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하기로 공모한 후 이를 실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이들에게 무기징역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양형사유에 대해 "피고인들은 내연관계를 유지하던 중 보험금을 노리고 전 남편인 피해자를 살해했다"면서 "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귀한 생명을 보험금 편취를 위한 단순한 도구로 이용하는 것으로서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가능성도 매우 크며 그 범행 역시 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보험사기는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보험사고를 위장하는 지능적 범죄인 만큼 고의 사고의 입증이 매우 중요하다. 보험사기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고의에 의한 재산적 이득을 취함이 입증되어야 한다. 다만 중대한 과실과 고의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수사권이 없는 보험회사가 고의를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1회성 보험사기 보다 반복적으로 저지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속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서 꼬리가 길면 요주의하는 보험사기 항목에 걸려들 수 밖에 없다"며 "누가 보더라도 보험사기범이라고 간주할 수 있을 정도로의 범주에 들어왔을 경우 적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기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존속살해 등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위해하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심각한 사회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늘수록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선량한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보험범죄가 강력범죄로 전락하면서 윤리 파괴 등 범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범죄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형법에 보험사기죄 신설해 처벌하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정도 필요하다.

보험사기의 심각성, 사회적 폐해와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보험사기를 일반 사기와 구분해 보다 강력한 처벌이 바람직하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적 사기의 경우 일반사기에 비해 기본 형량을 1~3년 가중처벌하는 양형기준이 절실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범죄 적발실적은 보험범죄 규모에 비해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라며 "정부와 수사기관의 관심과 더불어 강력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보험사기가 날로 흉악해지고 지능화·조직화 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데도 보험회사에서 적극적인 예방 대처를 하지 않고 사후약방문의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맨날 사기당하고 뒤쫒아서 잡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 나름대로 예방하는 노력들은 귀기울이고 있으며 성과를 눈으로 보여드리는데 한계가 있다"며 "상품개발 때부터 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상품들을 보험회사 스스로 주입하고 확인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1년에 한번씩 보험회사에 대한 실태점검을 한 후 내부통제 시스템 평가를 한다"며 "만일 내부통제에 문제가 발생됐다고 판단될 경우 보험회사 평가결과에 반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 =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