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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진 북한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최근 북한관련 한 매체는 북한 주민들의 경제력 평가 잣대로 볼 수 있는 것이 달력 구매력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소비품 구매목록에서 잊혀진지 오랜 광고 판촉물 1위 달력 구매율이 경제력 평가 잣대로 사용되고 있는 북한, 통치 3년차 30대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계획경계인지 시장경제인지 경계선이 모호한 북한 경제의 현 상황이 궁금한 시점이다.
2013년 11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야심차게 경제개혁을 추진한다는 신호를 세계에 보냈다. 13개의 경제개발구를 지정해 야심찬 해외투자유치 의사를 밝힌 것이다. 2014년 7월 에는 또다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경제개발구 6개 지역 추가 지정 소식을 보도 하였다.
경제개발구는 국가가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기업들이 자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우대조치를 실시하는 경제구역을 뜻한다. 경제개발구를 추가 지정한 상황에서 지정한지 1년이 되어오는 경제개발구의 진행 상태는 어떤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쉽게도 13개 경제개발구는 지정된지 1년째 되는 현재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 2010년에 나선항 개방과 연동되어 북한과 중국정부가 국가급 프로젝트로 내세운 황금평·위화도 사업조차도 4년이 넘은 오늘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또다시 경제개발구를 지정한 내막이 궁금하다.
북한 내에서 경제개발구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93년 지정된 나선경제특구 때부터라고 볼 수 있다. 나선지구는 러시아와 중국 북한 세 나라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북한 최북단 지역으로 1990년대 이전까지는 특별한 생산물도 없고 경제적가치도 없는 가장 가난하던 지역이다. 나선은 북한에서 유일하게 두 개의 나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경제특구로 지정 되었다.
북한은 나선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중국여행객의 나선시 자유여행을 허가하는 대신 자국 주민들의 왕래는 통제하는 특수 지역으로 지정하였다. 경제특구 지정 후 나선은 사실상 국내에서 생활수준이 수도 평양시보다 더 올라간 지역이 되었다.
외부인원이 마음대로 유입되지 못하는 대신 내부주민은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점을 이용하여 거주민들이 중국물품 등을 외부로 내다 팔아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1993년 이후 나선 경제개발구는 북한 지방 여성이 시집가고 싶어 하는 1순위 지역으로 꼽혔고 시집간 여성들은 친정으로 중국물품을 들고 나와 많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나선의 선례는 북한의 지자체장들에게 자신의 지역을 경제개발구로 만들고 싶은 욕심을 부리게 하였다. 지자체의 생각은 김정은의 경제개혁정책과 맞아 떨어져 19개의 경제개발구를 지정하는 성과를 이루었으나 외자유치는 물론 북한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나선의 경우 지역경제 수준은 올라갔다고 할 수 있겠으나 북한이 경제특구를 통해 얻으려고 했던 국가전반경제 활성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경제특구가 성공하려면 자유로운 개방과 왕래를 통한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주민들의 정치의식의 변화를 두려워 한 북한당국이 개방을 허락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지정한 19개의 경제특구도 마찬가지 실정이다. 2013년 5월 29일 북한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정령 제3129호로 제정된 북한경제개발구법 제2장 11조에는 “주민지역과 떨어진 지역”을 경제특구로 선정 할 데 대하여 명확하게 명시하였다. 외자유치를 하는 과정에 개방에서 오는 주민통제 약화를 최대한 억제 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투자를 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최대한의 이윤을 내기 위해서이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역 중에서도 인프라가 전혀 형성되어있지 않은 오지들에 경제개발구를 지정하였다. 실제로 2013년 지정된 13개 지역을 보면 2개 지역만이 동, 읍이고 나머지 11개 지역은 리 급으로 전혀 개발이 되지 않은 농촌지역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 주민들마저 분리시켜 놓은 지역에서 투자의 가치를 발견하기 어렵다.
북한이 현재 경제 활성화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있음은 개발구지정으로 증명된다. 하지만 폐쇄된 정치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외부유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는 불가능하다. 결국 경제개발은 해야겠으나 정권유지를 위하여 도저히 개방할 수 없는 북한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실패가 확실한 북한의 경제개발구 상황이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자각해야 할 북한의 현 경제상황이다. /최은진 북한개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