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안전지부, 28일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서 기자회견
노조 “김석 대표, 노조와해 위해 주요 은행에게 업무반납 시사”
“여당권력 힘입어 현금수송업 장악, 사익 좇다 금융물류인프라 붕괴위기”
사측 “업무시간 줄고 인건비만 올라…매출대비 인건비 85%, 경영위기 수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현금수송업계 1위의 한국금융안전이 노사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 노조인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노조)는 김석 대표이사의 경쟁업체 장악, 일감 빼돌리기, 대표이사 셀프 선임, 회사 청산에 따른 근로자 생존권 문제 등을 내세우며 김 대표가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사측은 현금 수송기사들의 업무시간이 줄어든 반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감축이 불가피하다며 맞서고 있다.

   
▲ 한국금융안전지부는 지난 28일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며 김석 한국금융안전 대표이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금융노조 제공


한국금융안전지부는 지난 28일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석 한국금융안전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코너에 몰린 대표이사 김석이 (경영) 실패를 노조 탓으로 돌리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주주은행과 거래은행에게 급격한 (현금수송)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만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한국금융안전이 수행 중인 모든 업무를 반납하고 그 업무를 지분을 인수한 브링스코리아(브링스)로 이관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김석 대표가 노조의 인건비와 쟁의행위 등을 볼모로 스스로 회사를 청산하는 한편, 경쟁업체인 브링스로 관련 업무를 이관시키려 한다는 설명이다. 

노조에 따르면, 김석 대표는 국내 현금수송 2위 업체인 브링스(BRINKS)의 모(母)기업 브링앤세이프(옛 에코맥스) 최대주주로 활동 중이다. 

김석 대표는 페이퍼검퍼니인 에코맥스를 설립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브링스를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브링스의 업무는 바지사장을 앉혀놓고 동업자인 박철민 사내이사가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사실상 현금수송업계 1‧2위를 다투는 두 업체의 실권을 김석 대표가 장악하면서 업무‧인력‧점포 등을 통폐합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등의 비용절감으로 노조를 와해하려 한다는 게 노조의 분석이다. 

현금수송노조협의회는 최근 김석 대표와 박철민 사내이사 등 총 3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은 “(김석 대표가) 브링스 모회사의 최대주주는 아닌 걸로 안다. 타 회사의 일이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브링스 측은 기자의 질문에 응하지 않았다.

브링스와 한국금융안전은 1987년 1990년에 각각 설립된 회사로, 설립 당시 인원이나 매출규모가 비슷한 현금수송업계 양대산맥으로 꼽혔다. 

브링스는 일양물류그룹이 미국계 현금수송업체인 브링스의 브랜드 로열티만 획득해 세운 민간자회사인 반면, 한국금융안전은 신한‧국민‧우리‧기업 등 주요 시중은행이 안전한 현금수송을 전담할 회사를 마련하기 위해 각자 15%씩 출자한 회사다. 

하지만 브링스는 경영진의 실적부진으로 2~3년 전부터 외형이 한국금융안전의 절반 수준으로 위축됐고, 지난해 5월 브링앤세이프로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김석 대표가 동업자로 활약 중인 박철민 브링스 사내이사의 도움으로 업계를 장악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박 사내이사는 정부와 여당 실세와의 정치적 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입김을 활용해 금융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현금수송업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설(說)이다. 

노조 관계자는 “박철민 사내이사가 현 정권과 여당의 핵심관계자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지난해까지 한국금융안전의 기타 비상무이사직으로 있었고, 청호이지캐쉬의 대주주 겸 이사로 활동하는 등 김석 대표를 많이 도와주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김석 대표는 한국금융안전과 함께 현금인출 자동화기기 VAN사업을 영위하는 청호이지캐쉬의 대표를 맡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청호이지캐쉬는 지난 2017~2019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2019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515.8%로 자본잠식된 부실기업이다. 그런데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산은)과 주요 시중은행은 각각 50여억원의 대출을 일으켜줬다는 후문이다. 

노조는 재무적으로나 신용도를 놓고 볼 때 권력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이상 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할 거로 본다는 시각이다. 

김 대표는 이 자금을 활용해 지난 2014년께 한국금융안전의 지분 37%를 인수하는 등 개인으로는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노조는,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주주였던 하나은행(지분 15%)과 외환은행(7%)이 합병하면서 지분 22%를 보유하지 못하게 되자, 이를 매입했고, 물류기업 아신이 가진 나머지 15% 지분(옛 SC제일은행 지분)을 전량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 한국금융안전지부는 지난 28일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며 김석 한국금융안전 대표이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금융노조 제공


김석 대표가 한국금융안전 지분을 인수하게 된 배경도 눈길이 쏠린다. 노조는 김 대표의 지분 인수 배경에 인터넷은행에 진출하려는 생각이 컸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한국금융안전 대주주 겸 기타 비상임이사로 활약하던 시절 이사회에서 인터넷은행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적으로도 부합하다는 설명이다. 2년 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인터넷은행을 전격 규제완화하면서 김 대표가 인터넷은행 진출을 노렸지만 은행 설립은 끝내 실패했다. 

그런가하면 김석 대표가 한국금융안전의 최대주주로서 역대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당시 공석이던 대표이사 자리에 우리은행 출신 김재국 전 부사장을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행체제에서 노사갈등이 심해져 퇴출됐다. 

이듬해 5월에는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인 류찬우 대표가 새로 취임했지만 사퇴 압박에 못 이겨 취임 7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경영실적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사임을 표한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안전 이동훈 노조위원장은 “김석 대표가 취임하기 전에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이 대표이사로 왔는데 7개월만에 사퇴하고 나가버렸다. 금융위원회에서 주도한 거로 본다”며 “대표가 금융위를 움직일 수 있는 (여당) 정치권의 힘이 있다는 거다. 박철민이라는 사람이 그 힘을 갖고 있고, 그 힘을 김석한테 밀어준 거로 본다”고 말했다.

김석 대표는 대주주 겸 기타 비상무이사 신분이던 당시 대표이사 자리를 노리게 된다. 하지만 사내 직원들과 주주은행들의 반대로 대표 자리에 오르는 게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 2019년 5월 김 대표가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셀프추천하는 내용의 안건을 올렸지만 결국 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달 뒤 열린 주총에서 그는 대표이사로 전격 선임됐다. 노조는 4대 은행 관계자가 5월에 반대했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두 달 만에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김석 대표가 최대주주이지만 회사의 자료도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받지 못했고 경영에서 배제됐다”며 “100억원 이상 투자된 지분가치가 심각하게 침해됨에 따라 다른 주주들을 설득해 2019년 7월 김석이 대표이사에 취임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당시 김석 대표의 취임에 반발했지만, 생존권 유지 등 각종 조건을 내걸어 그의 취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내건 조건은 △전 직원 고용보장 △최저임금 문제 해결(은행권 수수료 인상방안 마련)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되는 일은 하지 않을 것 △직원들이 갖는 대표에 대한 불신 해소를 위한 노력할 것 △청호이지캐쉬와의 업무협업 금지 △적정기간 내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할 시 거취 표명 등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정부정책인 주 52시간 규제를 그대로 적용해 출근시간 변경, 업무수당 삭감 등으로 노조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현금수송업이 주 52시간 규제에서 벗어나는 특례업종으로, 굳이 업무시간을 규제에 맞출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 외에도 김 대표가 브링스와의 업무협약, 별도법인 설립, 운영총괄, 청호콜센터 본사이전, 지점 통폐합 작업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정황상 하나의 회사로 통폐합하는 한편 인력감축 등을 통해 경영 효율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사측은 이에 대해 업종 특성상 수익은 매년 줄어드는 데 반해 은행의 근무시간 단축,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사업을 이어가는 게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 한국금융안전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자료=한국금융안전 제공


2018년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 10.9%인데 반해, 수수료 인상률은 각각 8.7% 2.2%로 경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사측 관계자는 “회사가 3년 연속 적자가 나고 있고,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85%에 달한다. 도저히 회사를 영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측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9년 매출액 676억원을 기록했지만 인건비로 538억원을 지출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79.6%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인건비가 더 올라 그 비중이 84.3%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40~60%대라는 점에서 한국금융안전의 인건비 비중이 너무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영업손실액은 2019년 12억원에서 지난해 약 24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2배 늘어난 상황이다. 

노조가 주장한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삭감에 대해서는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출근하지만 (일하지 않고) 대기하다가 업무에 돌입하는 상황”이라며 “출퇴근시간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고 수당은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노사는 2019년부터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번번이 결렬됐다. 사측은 계속되는 영업적자로 정상적인 급여지급이 어렵고, 임금인상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노조 측은 사측이 기존 수당마저 삭감하거나 반납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 한국금융안전 영업실적/자료=한국금융안전 제공


한국금융안전은 최근 자구책으로 주주은행인 신한은행과 고객사인 농협은행 등에 수수료를 20% 인상해달라는 공문을 수차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공문은 직원의 60% 이상이 쟁의행위로 파업에 돌입하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워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인 은행들이 수수료를 인상해주지 않으면 스스로 업무를 종료하고 회사를 청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궁극적으로 한국금융안전이 업무중단으로 청산되면 모든 수송업무가 브링스로 넘어가게 된다는 게 노조의 분석이다. 

노조는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대해 사측은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한 반면, 수수료 인상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적자가 발생하는 은행에게 수수료 현실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사측이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수료 현실화도 이뤄지지 못하면 회사의 비용부담이 늘어나 청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금융노조와 한국금융안전지부는 주주은행과 금융당국도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지적하며 빠른 행동을 추진하는 한편 김석 대표의 퇴진을 주장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지금 이 순간부터 금융노조는 김석 대표의 사태와 한국금융안전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총력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검찰에는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잇는 김석 대표가 책임을 지고 그에 합당한 죗값을 받을수 있도록 공정한 수사를, 금융당국에는 경영 건전성 강화를 위한 엄격한 관리 감독의 충실한 이행 등을 강력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