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개선되어야 하지만 대형마트 규제가 답은 아냐
자유경제원은 2014년 11월 '누구나 참여하는' 시장경제칼럼대회를 연 바 있다. 회차 수로는 17번째의 대회로서, 시장경제와 관련된 모든 주제를 글감으로 삼아 젊은이들의 생각과 참여를 모으는 칼럼대회였다. 3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열띤 경쟁을 펼친 가운데 수상작 50여 편이 선정되었다. 참가자들 모두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는 다양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시장경제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미디어펜은 수상작 중 일부를 추려 게재한다. 아래 글은 수상자 중 한명인 김재진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학생의 글이다.

영화 카트의 이면에 나타난 구제불능의 규제

2014년 가을, 대형 마트의 비정규직 이야기를 다룬 영화 ‘카트’가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약자의 부당한 희생을 보여주고, 소위 말하는 ‘갑’의 횡포를 고발하는 문화 콘텐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막을 내린 연극 ‘공장’은 공장에서 일하는 계약직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부당한 해고에 대한 근로자들의 투쟁과 시위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 콘텐츠의 생산이 증가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콘텐츠들이 담고 있는 표면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사건이 조명되는 그 배경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영화 ‘카트’의 포스터 

영화 ‘카트’의 이면에는 SSM 규제법이 있다. 2010년 11월 25일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이른바 SSM 규제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SSM 규제법의 가장 큰 목적은 전통시장을 보호하는 것이다. 전통시장을 보호하는 데 전통시장 회생법이 아닌 SSM의 규제가 시작되었다. SSM에 대한 규제가 없으면 전통시장이 소비자를 SSM에 빼앗긴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규제를 통해 SSM에 가려는 소비자를 전통시장으로 끌어온다는 것이며, 이는 결국 전통시장의 이익을 보호하려면 SSM의 이익이 침해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레토 효율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쪽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다른 한쪽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SSM 규제법을 시행함으로써 현재의 소매업 시장이 파레토 효율 상태에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SSM의 이익을 영세상인에게 준다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정당성과 실효성, 두 가지 측면에서 이것이 틀렸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정당성 측면이다. SSM이 대기업의 소유라고 해서, 그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갑’인 것은 아니다. 대형 마트의 하청 업체와 대부분의 근로자, 그리고 그곳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업자는 대부분 전통 시장 상인과 비슷한 처지의 생계형 근로자이다. 이들은 SSM 규제법이 말하는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SSM 규제법 이후 감원을 통해 실업자가 늘었고, 이 과정에서 부당해고가 발생해 영화 ‘카트’의 배경이 되었다. SSM 규제법은 결국 SSM의 영세근로자의 소득을 빼앗아 영세시민에게 주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다음은 실효성 측면이다. 풍선효과라는 것이 있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한 쪽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SSM 규제법에도 이러한 풍선효과가 당연히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근로자 감원의 문제도 이에 속하지만, 반작용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났다. 기업에서는 기업 확장을 다른 곳으로 돌렸는데, 비근한 예로 편의점을 들 수 있다. 기업들은 SSM 신설이 불가능해지자 규제가 약한 편의점 확대에 눈을 돌리고 있다. SSM 규제의 효과는 재래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의 부정적 효과로 증발해버린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다시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 ‘재래시장은 왜 보호받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보자. 재래시장이 보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가격이나 제품의 질이 아닌, 재래시장의 전통적 가치를 그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SSM 규제법은 재래시장과 SSM의 가격과 상품의 질에 관한 경쟁만을 심화시킨다. SSM에 비해 재래시장은 전통이라는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왜 규제법을 통해 지는 싸움을 반복시키는 것인가?

재래시장을 구제할 수 있는 것은 ‘규제’가 아니라, ‘경쟁력’이다. 최근 재능기부를 통해 재래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는 자원봉사가 유행이다. 또한 재래시장의 전통 행사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높이는 전략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에 온 외국인이 마트에는 가지 않더라도, 재래시장은 구경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SSM 규제법 때문에, 재래시장은 이러한 명백하고도 귀중한 경쟁력을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규제는 ‘구제불능’이 되고 말았다.

   
▲ 영화 ‘카트’의 포스터. "오늘 우리는 해고되었다, 그리고 하나가 되었다"는 카피가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 ‘카트’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비정규직 고용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명백히 개선되어야 하며, 재래시장도 보전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 답이 규제가 될 수는 없다. 규제는 명백한 비효율을 야기한다. 혁신을 통한 새로운 ‘경쟁력’만이 양 측 모두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갑’의 위치에 있는 SSM이 해외 기업의 침략을 받았을 때, SSM을 도와준 것은 규제가 아니었다. PB라는 자체 브랜드의 ‘경쟁력’이 해외 SSM을 밀어낸 국내 SSM의 힘이 되었다. 이처럼 재래시장도 새로운 구도의 경쟁력 확보를 통해 ‘갑’의 지위를 되찾고,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진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