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전 행장 주의적 경고, 전 부행장 감봉 처분
펀드 피해자 “전면전 나설 것, 임명권자인 대통령 나서야”
오는 25일 열리는 우리‧신한 제재심도 징계수준 완화할까
[미디어펜=류준현 기자]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라임펀드 불완전판매 혐의로 징계처분을 받았으나 경징계 수준에 그쳤다. 금융감독원이 사전통보로 내놓은 중징계 수준의 경고와 대조적이다. 

6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2시부터 기업은행에 대한 두 번째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금감원은 이번 제재심에서 과거 펀드 판매의 최종결재권자였던 김도진 전 행장에 대해 주의적 경고, 당시 부행장에게 감봉 3개월 상당의 처분을 각각 내렸다. 

   
▲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감원의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판매 책임자 중징계를 촉구하는 장례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주의적 경고-문책 경고-직무정지-해임 권고 순으로 강력해진다. 문책 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돼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감원이 제재심에 앞서 김 전 행장에게 문책 경고 수준의 징계안을 사전 통보한 만큼 실제 처벌수위도 강력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제재위에서 한층 완화됐다.

이와 함께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은에 대한 업무 일부정지 1월 및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금융위에 건의할 것임을 밝혔다. 중징계 수준의 기관 제재는 신규사업 진출, 사업확장, 공기업평가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이번 결과에 따라, 기은은 그런 우려에서 한시름 놓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측은 “위원회는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로서 심의결과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추후 조치대상별로 금감원장 결재,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및 금융위 의결을 통해 제재내용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은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과 3180억원을 판매했다. 이중 글로벌채권펀드는 현재 695억원이 환매 중단된 상태다.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불러온 라임자산운용의 ‘라임 레포 플러스 9M’도 294억원 판매했다.

디스커버리펀드로 피해를 입은 기은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징계와 무관하게 피해보상이 이뤄질 때까지 집회 등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최창석 대책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도진 전 행장이 (일선에서) 떠났는데 현 윤종원 행장에게 징계할 수 없으니 이미 은퇴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에게 징계가 무슨 의미가 있나”며 “디스커버리 사태는 제일 먼저 발생하고 제일 늦게 (제재심)열린다. 결국 장하성 동생 펀드라는 이유와 기업은행 행장이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질질 끌었던 것 아닌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방어하러 왔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전면전으로 확대해 (집회를) 금감원이 아닌 대통령 앞으로 나갈 것이다. (기은 행장은) 대통령이 임명권자인만큼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은 측은 제재심 결과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기은에 대한 징계 수위가 당초 예상보다 완화되면서 우리‧신한은행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도 경징계 수준으로 완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감원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직무 정지 상당’,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문책경고’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사전 통보한 상태다. 

고강도 징계를 받은 우리은행의 경우, 라임펀드 판매금액이 은행권 중 가장 많았고, 기초자산이 부실하다는 정황을 감지하고도 펀드를 판매해 금융당국이 강력한 징계를 예고했다. 손 회장은 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을 맡았다. 

당초 통보대로 징계가 이뤄진다면 손 회장과 진 행장은 연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한·우리은행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은 이달 25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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