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배당축소' 권고…주가낙폭은 크지 않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손꼽히는 은행주들의 주가 흐름이 최근 금융당국의 ‘배당자제’ 권고에 의해 정체될 위기에 놓였다. 단, 비은행 계열사들의 약진으로 대다수 금융지주사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만큼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더라도 주가가 다시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은행주들의 주가가 의외의 변동성에 직면한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배당규모 축소를 권고하고 나서면서 통상 ‘고배당주’로 손꼽히는 은행주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금융지주사들은 실적 측면에서 기록적인 한 해를 보냈다.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KB·신한·하나금융지주 모두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KB·신한·하나금융지주의 순이익은 각각 3조 4552억원, 3조 4146억원, 2조 63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0.3%, 10.3% 증가한 모습이다.

금융지주사들의 선전은 비은행 계열사, 그 중에서도 증권‧보험 계열사들이 이끌었다. 통상 금융지주사들의 실적 중심에 은행이 존재했던 예년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울러 여전히 은행수익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만큼 평소 이상의 주주배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감돌았으나,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심의·의결하면서 파장을 남겼다. 즉, 주요 금융지주의 배당(중간배당, 자사주 매입 포함) 성향을 기존 25~27% 수준에서 20% 이내의 수준으로 낮추라는 권고를 낸 것이다.

이에 따라 KB·하나금융지주는 배당금 규모를 하향 조정했다. 신한·우리금융지주는 내달 초로 예정된 이사회로 결정을 유보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권고대로 20% 이내에서 배당 규모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은 곧장 ‘관치금융’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평소대로 배당이 진행될 경우 은행의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는 인정하지만, 그것을 당국이 나서서 직접 권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이 나왔다.

반발이 거세지자 당국은 수습에 나섰다. 법적 근거는 물론 해외 사례도 있어 관치금융이 아니라는 논리다. 금융위 측은 나중에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배당 제한 등 엄격한 자본관리를 권고하고 있다”면서 “바젤위원회 조사결과 전 세계 주요 30개국 중 27개국이 배당제한 등 자본보전 조치를 실시 중”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의 시선은 은행주들의 주가 흐름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번 배당축소 이슈는 분명 단기적으로 악재지만, 금융당국의 자본관리 권고는 한시적 것에 그치는 만큼 결국엔 각사 배당정책과 주가가 모두 정상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듯 각 금융지주사들의 주가하락 범위는 그다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금융지주사들은 시장금리 상승의 효과를 후행적으로 받으면서 작년 다소 부진했던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면서 “올해 배당성향은 다소 아쉽지만 이미 노출된 악재라는 점에서 주가도 회복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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