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타워 입주사들, 청소 품질 불만 제기
청소 용역업체 지수INC, 노조원들 전환배치 조건 재고용
노조 "여의도 LG트윈타워 근무 익숙해 LG마포빌딩 못간다"
일각선 언더 도그마 경계 목소리도…"근로자 자격 없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LG 자회사가 청소 대행업체를 통해 기존과 같이 고용을 약속했음에도 청소 근로자들이 근무지 변경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며 LG트윈타워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어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서울 여의도 소재 LG트윈타워 동관./사진=LG그룹 제공


12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소재 LG트윈타워 청소 근로자들은 동관과 서관 사이 로비를 점거해 50일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다. 다른 곳이 아닌 LG트윈타워에서 계속 근무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당초 계약 만료로 고용 관계가 해소될 예정이었다. LG트윈타워 입주사들과 지하상가 입점주들이 청소 품질이 낮다며 설문조사를 통해 불만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민원을 받아들인 지수INC가 청소 근로자들과의 계약을 해지키로 하자 이들은 "계약이 해지돼도 전원 고용을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LG의 빌딩 관리 자회사 S&I코퍼레이션과 지수INC는 협의를 거쳐 해당 근로자들 30여명 전원에 대해 LG마포빌딩으로 전환 배치하는 조건 하에 고용을 보장키로 했다. 두 회사는 지난 9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서 개최된 2차 조정회의에서 노조에 이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청소 근로자들을 한 곳에 근무토록 해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만 65세 이상의 노조원까지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사측이 통 큰 결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노조는 "LG마포빌딩에서 고용 유지는 되지만 LG트윈타워에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과거 다른 청소 근로자 농성 사례에서는 모두 원사업장에서 고용이 승계됐다는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 LG트윈타워 앞에서 근무지 전환 배치를 거부하며 시위하는 지수INC 소속 청소 근로자들./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홈페이지


한 술 더 떠 농성 중인 노조원들은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의 청소 업무에 높은 숙련도를 가지고 있다"며 "타 근무지로 보내는 것은 LG그룹 차원에서의 노조 와해 공작"이라는 등 다소 황당한 이유로 사측의 제안을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포구 공덕동 소재 LG마포빌딩 역시 LG트윈타워와 마찬가지로 현재 S&I코퍼레이션이 관리 책임을 지고 있고 지수INC가 청소 하청기업으로 돼 있다. S&I코퍼레이션과 지수INC가 문제 해결에 책임지겠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LG마포빌딩에서의 고용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LG트윈타워에서는 올 1월부터 신규 업체 두 곳이 장애인 30명을 포함한 90명을 채용해 청소 용역을 수행 중이다. LG측 관계자는 "아무리 원청이라 한들 S&I코퍼레이션이 신규 업체에 특정인들에 대한 고용을 강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실제로 이뤄질 경우 갑질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타 사업장에서 용역업체가 변경돼도 모든 고용이 승계됐다는 노조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에서는 고용이 승계되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민간 기업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욱 많다. 아울러 현행 고용노동 관계법상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 승계에 관한 의무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노조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는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계속 근무해 숙련도가 높은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해야 한다고 해서다.

대형 빌딩에서는 수년마다 크고 작은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된다. 이로 인해 사무실 구조가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사무집기와 화장실 위치 등도 수시로 달라진다. 때 마다 청소 근로자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숙련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외에도 신형 청소 장비 도입 또는 신규 청소 기법이 적용될 때도 있다.

1987년 완공된 LG트윈타워 역시 2009년에 전체 리모델링을 했고 해마다 변동 사항이 있어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LG트윈타워에서 일하던 청소근로자들이 LG마포빌딩에서는 숙련도가 떨어져 피해를 보고있다는 입장에 대해 청소 근로자들의 권익을 위해 연대하고 농성하는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맹목적으로 '약자는 선(善)하고 강자는 악(惡)하다'는 언더 도그마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성보다 감성이 더 중시돼 '떼법'이 먹혀 원칙과 절차가 유명무실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S&I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사측이 많은 것을 양보해 대승적 차원의 제안을 했다"며 "그만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도 무리한 주장을 거두고 청소 근로자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종화 청운대학교 교수는 "노조의 정치화가 기업의 의사결정을 뒤흔드는 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 교수는 "청소 상태에 대한 컴플레인이 걸려왔다면 명백히 근로자들의 질적 측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와중에도 인근 근무지 이동 조치에 그치는 사측의 호의 마저 거부한다면 근로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