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산하 '비은행 계열사' 비중도 덩달아 확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주식투자 열풍으로 수습되면서 사상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국내 증권사 20곳의 작년 실적(영업이익)이 4대 시중은행들의 약 72%까지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 자회사를 둔 금융지주사들의 ‘숙원’이었던 비은행 계열회사 비중 확대 또한 자연스럽게 달성되는 분위기다.

   
▲ 사진=연합뉴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작년 한 해 실적이 대단히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자 열풍이 일면서 신규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는 등 수수료수익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이로써 상당수의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공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증권사들의 실적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 등을 종합하면 국내 20개 증권사들의 작년 영업이익은 총 7조 847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5조7405억원) 대비 무려 36.7% 증가한 수준으로, 순이익 역시 5조 9608억원을 기록해 25.1% 급증한 모습이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영업이익 1조 1047억원을 공시하며 국내 증권업계 역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어젖혔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키움증권이 그에 육박하는 954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이다. 오프라인 점포 없이 개인 투자자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키움증권의 경우 작년 투자열풍의 최대 수혜자로 손꼽힌다. 이에 다수 대형사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실적을 올린 것이다.

이밖에 메리츠증권(8279억원), NH투자증권(7872억원), 한국투자증권(7620억원), 삼성증권(6793억원) 등도 성공적인 영업이익을 공시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전년 대비 증가한 실적을 공시했고, 예외는 한화투자증권(-10.6%)과 한국투자증권(-8.8%) 등 두 곳 정도다. 

전년과 비교해서 실적을 보면 중소형사들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신영증권(159.7%), 대신증권(149.7%), 키움증권(101.6%), 이베스트투자증권(117.9%) 등이 전년 대비 100% 이상, 그러니까 1년 만에 2배의 영업이익을 공시했다. 이로써 중소형사들과 대형사들의 실적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증권업계 전체로 놓고 보면 은행권과의 실적 격차가 상당폭 줄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작년 영입이익 총액은 전년(10조 9660억원) 대비 0.4% 감소한 10조 9184억원으로 나타났다. 20개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은 2019년까지만 해도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작년의 성장으로 증권사 실적은 은행의 71.8%까지 근접했다.

은행과 증권사의 실적격차 감소는 국내 금융투자업계 지도 전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시중은행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해마다 ‘비은행 계열사’의 비중 확대를 목표로 내거는데, 작년의 경우 그 목표가 실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면 아직 증권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경쟁사 대비 다소 부진한 실적에 그치기도 했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국내 금융권 실적은 그 중심점이 증권사들에 놓여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올해 주식시장도 추가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은행권과의 격차 감소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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